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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나 인생2모작] 재취업 컨설팅 의뢰인 이재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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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이다!’이재식씨가 21년간의 영업 관리 경력을 바탕으로 재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 강정현 기자]

이재식(48)씨는 식음료제조업종 영업관리 전문가다. 21년여 동안 이온음료로 유명한 동아오츠카에서 영업기획과 관리 업무 등을 맡아 경력을 쌓았다. 1988년 영남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입사해 이곳에서 줄곧 일했다. 그런 만큼 식음료 영업과 관련해서는 자신을 능가할 사람이 없다고 자부한다. 기획 및 경영관리 업무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유통·판매망관리 업무(유통관리팀장), 일선 지점장과 영업부장 등을 거쳐 4년여 동안 이 회사 특수영업본부장으로 재직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군납업체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 특수영업본부장은 이 회사 매출의 32%를 담당하는 자리다. 보통은 이사급들이 맡아왔지만 그의 능력을 높게 산 회사에서 부장이었던 그를 발탁했다.

특수영업본부장으로 일하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브랜드 등 종전에는 이 회사 제품들이 입점하지 못했던 유통매장들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바이어들을 위해 만든 한국 편의점 업체 관계자들의 일본 연수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대형마트들의 가격 인하 요구에 맞서 기존 제품(1.5L)의 용량을 1.8L·1L·0.6L 등으로 다양화해 갈등을 봉합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특수영업본부장으로 일하던 4년여 동안 연 평균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이끌어냈다. 이후에는 영업2부장과 일선 지점장 등을 두루 거치며 영업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경쟁사의 러브콜도 쇄도했다. 경쟁사의 헤드헌터들은 더 나은 급여와 복리후생들을 제안했지만 그는 회사와 후배에 대한 의리를 생각해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지난 해 말 닥친 불경기로 매출이 줄어들자 회사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씨는 “아직 제대로 된 경력이 없는 후배들보다는 이직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올 5월 퇴직했다”며 “현재는 집 근처 도서관에서 마케팅과 유통업 관련 전문서적들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본격적인 구직활동에 앞서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싶다며 본지에 컨설팅을 의뢰해왔다. 

이수기 기자


주요 경력

●동아오츠카 특수영업본부장(2002년 12월~2006년 12월)
포카리스웨트 오픈 골프대회 프로암 대회(VIP 초청 및 진행 담당), CVS 바이어 연수프로그램 구축 및 주관, 군납 납품대행 시스템 도입

●동아오츠카 영업2부장·지점장(2001년 10월~2002년 11월, 2007년 1월~2009년 5월)
지점의 판매·수금·거래처 확대, 전략품목 전개. 지점 자산 및 채권관리 등

●동아오츠카 유통관리팀장(1997년 8월~2001년 10월)
경로(Route) 판매 보완 위한 특약점 시스템 도입, 전국 창고 재고관리 시스템 개선, 판매 경로별 에누리 관리

- 학력 : 영남대 상경계열 무역학과 졸업(1988년 2월)
- 희망 직종 : 식음료품, 식품가공
- 희망 직무 : 영업기획·관리, 경영기획



‘OO부장’이 아닌 부장 때 거둔 ‘성과’ 강조를

[이번 주 자문단]


● 강혜숙 DBM코리아 재취업팀장
세계적인 전직지원업체인 DBM Korea에서 9년 동안 퇴직자를 대상으로 재취업 컨설팅을 수행해 왔다. 적성, 역량, 가치관 등의 진단을 통해 경력목표 설정 및 실행계획 수립 등의 커리어 컨설팅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 서미영 인크루트 인사총괄 상무
1998년 취업포털 인크루트를 창업했다. 명지대 겸임교수, 중부여성발전센터 자문위원, 한국진로교육학회 부회장, 중앙인사위원회 자문위원, 우주인선발위원 등 인력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최영숙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 청장년상담알선팀장
공공기관·민간업체·연구기관·대학을 두루 거친 직업 컨설팅 전문가. 국가보훈처 제대군인지원센터 전문상담사, 한국고용정보원 동향분석팀 전문연구원, 용인대 종합인력개발센터 직업상담사로 일했다.

1. 이력서 인사담당자들, 이력서 사진 의외로 중시한다

21년여를 식음료업계에서 일한 이씨는 분명 전문가다. 하지만 이씨의 이력서를 보면 그가 진짜 실력을 갖춘 전문가인지 아니면 그저 여기저기 부서‘를 옮겨 다닌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이씨의 이력서는 ‘○○년~○○년 ○○부장’ 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래선 지원하는 회사의 인사담당자들에게 ‘만나보고 싶다’는 궁금증을 줄 수 없다. 이력서는 구직자가 면접 기회를 따내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인사담당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적어야 한다.

‘○○년 ○○부장’식의 이력서보다는 구체적인 업적을 적어보자. 이씨는 “4년 동안 특수영업본부장을 지냈다”라고 쓰기보다 이 기간 중의 구체적인 업적을 적어줘야 한다. ‘전국 할인점 및 거점 CVS 간편 납부 시스템 도입(연 매출 320억원)’ ‘할인점 물류센터 이용 등에 대한 채산성 검토’ 등이 제대로 된 내용이다.

업적 중 수치화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수치화해야 한다. 그래야 이력서에 신뢰와 힘이 실린다. 이씨처럼 경력이 많은 경우는 이력서 외에도 별도로 A4용지 1~2장 분량의 경력기술서를 첨부해야 한다.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력서 내용 못지않게 꾸밈도 중요하다. 다른 경쟁자를 압도할 만큼의 이력을 갖춘 인물이라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 내려받은 흔한 이력서 양식을 그대로 사용해도 좋다. 그러나 시장에는 구직자가 넘쳐난다. 이력서의 글씨체나 편집 상태 등도 읽는 사람을 고려해 최대한 깨끗하고 간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오·탈자가 없어야 함은 기본 중의 기본. 마지막으로 구직자들은 이력서에 붙이는 사진을 가벼이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들은 이력서 속 사진의 인상을 의외로 중시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左) 재취업을 준비 중인 이재식씨가 집 근처 시흥시립도서관에서 마케팅 및 유통 관련 서적을 보며 공부하고 있다. (上)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 최영숙 청장년상담알선팀장과 상담하고 있다. (下) 상담 중에 꼼꼼히 메모하고 있다.


2. 자기소개서 ‘저는 OO년에 태어나’로 시작하면 시선 못끈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나 구직자들은 자기소개서를 ‘저는 ○○년에 태어나…’로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기소개서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는 말 그대로 자기를 소개하는 글이다. 지원하는 회사가 ‘구직자 개인을 왜 뽑아야 하는지’를 소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래서 불필요한 개인 신상이나 가족 환경 등을 나열하는 것은 금기다. 그보다는 모집요강과 지원하는 자리 등을 꼼꼼히 분석해 왜 내가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보여 주는 게 중요하다.

구직 공고가 나온 다음 허겁지겁 자기소개서를 쓰기보다는 가고 싶은 회사의 목록을 확보해 놓고 이들의 시장 상황이나 특징 등을 미리 숙지해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러운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다. 과거의 경험 소개도 주로 업무과 관련된 내용이 좋다. 업무 성과는 물론 관리자로서 갈등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입사하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꼼꼼히 적어야 한다. 단순히 “내 경험을 바탕으로 귀사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보다는 지원 회사가 속한 시장 상황 등을 정확히 분석해 “내가 입사하면 현재 ○○○원인 매출 규모를 ○○○원까지 성장시키겠다. 그 방법은 이렇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퇴직 사유 등 구태여 적지 않아도 될 부분을 미리부터 적어 괜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자기소개서는 업무와 관련해 자신의 강점을 보여 주는 서류다. 거짓말할 필요는 없지만 구직자가 먼저 약점을 말할 이유도 없다.

3. 모의 면접 자신 있는 업적으로 자신감 보이길

Q 자기 소개를 해달라.

A 대학 졸업 후 포카리스웨트 등을 생산·판매하는 동아오츠카에 입사해 21년여 동안 일했다. 기획 담당 사원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해 유통·판매관리업무, 일선 지점장, 특수영업본부장 등을 두루 거쳤다.

Q 영업관리를 오래했는데, 나름의 원칙이 있나.

A 우선 정해진 판매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지원은 아끼지 않는다. 두 번째는 채권 미회수 등 각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 노력한다. 언뜻 상충되는 목표 같지만, 이 두 가지가 영업관리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Q 관리능력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A 재직하던 회사에 다면평가제도 등이 없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직원들과 속 깊은 대화를 위해 수시로 술잔을 기울였던 편이다.

Q 직원의 잘못이나 불황으로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A 사유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급적퇴사보다는 내근직이나 현금을 만지지 않는 직위로 전환해주고 싶다. 직원을 일방적으로 정리한 기억은 없다.

Q 희망연봉은.

A 5000만~6000만원 정도 받았으면 좋겠다.

이씨는 경력과 능력에 비해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보인다. 중장년층 퇴직자들은 취업 준비를 해본 적이 없어서 의외로 면접장에서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신감의 부재는 자칫 ‘능력이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자기 소개와 관련해서도 “저는 ○○에서 태어나…”로 시작되는 연대기적 소개를 하고 있다. 차라리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경력인 특수영업본부장 경력을 중심으로 성과나 에피소드 등을 소개하는 게 좋겠다. 관리자로서의 자질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틈이 보인다. 다면평가 등 자신에 대한 제도적인 평가가 없었더라도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말해야 한다. 또 정리해고와 관련해서도 너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건 옳지 않다. 기업들은 경력 입사자를 활용해 불필요한 인원을 정리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씨를 비롯한 구직자들은 전 직장에서 받던 것보다 더 적은 연봉을 희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낮은 희망연봉을 미리부터 부를 필요는 없다. 낮게 부른다는 것 자체가 구직자의 절박한 상황을 대변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얼마 정도 받았다” 정도로 답하는 게 좋겠다.

[종합 컨설팅] 부끄러워 말고 자랑하라

이재식씨는 경력을 살려 식음료업체의 영업관리·기획업무를 맡아 다시 일하고 싶어한다. 제약업체의 진출 등 식음료 시장에 새로이 참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자신처럼 경력자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격적인 구직 활동은 이달 말부터 나설 참이다. 여름 휴가기인 데다 아직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등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컨설팅 자문단은 “관련 업계에서 전문가랄 수 있는 경력을 갖췄지만, 직급에 비해서는 나이가 조금 많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한 직장에서 오래도록 근무한 만큼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 경험이 없는 것도 단점으로 꼽혔다. 인크루트 서미영 인사총괄 상무는 “이씨는 ‘나는 ○○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 식의 자기소개를 한다”며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원하는 구직 분야를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목표 자체가 모호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구직 경로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대부분의 실직자들이 그러하듯, 이씨는 실직 후 업계 선후배 등 지인과도 연락을 하지 않는 상태. 하지만 강혜숙 DBM코리아 재취업팀장은 “이씨 정도의 직급과 나이라면 적어도 부장이나 이사급으로 재취업해야 한다”며 “하지만 그 정도 고위 직급에 대한 취업 정보는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는 잘 나오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관련 회사의 구직 정보를 모두 알아보기는 힘든 만큼 헤드헌터 등 ‘선수’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으라는 조언도 나왔다. 이를 위해선 먼저 헤드헌팅 관련 인터넷 사이트 등에 자신의 이력서와 소개서 등을 올려놓아야 한다.

최영숙 서울일자리플러스 청장년알선팀장은 “경력자의 구직인 만큼 자신의 업적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정제된 경력기술서가 자기소개서에 첨부돼 있어야 한다”며 “재직 중 업적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수치를 미리미리 확보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뭘 이런 걸…’이라며 자기 자랑을 어색해하기보다는 ‘○○로 매출 ○○% 신장’ 등 숫자로 보여줄 수 있어야 재취업이 더 쉬워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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