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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단단한 놈'주연 정성환 자유파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트렌디 드라마는 매력이 없어요. 뭔가 남다른 데가 있어야죠. " 뜻밖의 대답이다.

SBS 공채 5기 출신의 탤런트 정성환 (24) . '뜨는' 프로에 얼굴을 내밀지 못해 안달인 요즘의 연예계 분위기가 그에겐 못마땅한가 보다.

오는 9일부터 방영되는 SBS 새 수목드라마 '단단한 놈' 에서 시골에서 갓 올라온 중국집 배달원역을 맡았다.

" '철가방' 역이란 얘길 듣자마자 평소 알던 중국집으로 달려갔어요. 그날 바로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을 하며 연기 연습을 시작했죠. " 괜한 멋을 부리기는 싫다는 말이다.

연기가 제대로 안되면 극중 인물에 죄를 짓는 것 같단다.

탤런트가 된 계기도 재미있다.

공채 지원하는 선배를 따라 갔다가 얼떨결에 함께 지원서를 썼다는 것.

"마지막 면접까지 가서도 안될 줄 알았어요. 그래서 더 배짱을 부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까지 연기라곤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 경력을 들어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다.

"중학교 때부터 제가 학비를 벌어야 했죠. 막노동에서부터 군고구마 장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어요. " 그때 경험들이 다양한 연기의 토양으로 받쳐주고 있다는 것.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두렵지 않다고 한다.

남의 삶을 표현하는게 벅차게 느껴지면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버릇' 도 특이하다.

"기차를 타고 가다 아무 곳에서나 내려요. 낯선 시장골목에서 국수를 먹으며 사람 사는 모습들을 지켜봅니다. " 차비만 남겨두고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 돌아온다.

연기의 테크닉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하지만 '길들여 지지 않은 자유로움' 이 그에겐 있다.

어깨까지 치렁대는 머리칼 때문만은 아니다.

"연기자는 옷을 깔끔하게 입고다녀야 한다는 식의 나를 얽어매는 틀들을 깨고 싶어요. 단지 배역과 하나가 되는 데에만 전력투구하고 싶어요. " 하긴 들풀은 거칠게 자랄수록 아름다운 법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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