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구려사 파동과 허술한 국사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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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시간을 두고 해결키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시정을 계속 거부할 경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극히 제한적이다. 단기적인 승부수가 없을 바에는 장기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한편 고구려 유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연구 성과도 탄탄하다는 북한과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고구려사를 비롯해 국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깊이 이해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 역사를 잘 알고 있어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물론 일본의 역사 공세에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국민이 모르고 외면하는 역사는 남에게 빼앗기기 십상이고 약탈당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따라서 국민의 역사교양 함양이 시급하다.

그러나 초.중.고.대학의 역사교육 실태를 보면 아주 빈약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초.중교에서는 국사를 사회과목의 일부로 가르치고 시간도 줄었다고 한다. 고1 때 필수과목으로 조선 후기까지만 배우고 2학년 때는 아예 선택과목으로 전락해 상당수 학생은 세계사보다 어렵다는 이유로 수강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수능에서는 선택과목 신세이니 학생들은 더더욱 국사를 나 몰라라 한다. 대부분의 공무원시험에서도 제외돼 푸대접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의 역사 교육만을 고집하는 맹목적인 국수주의적 입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국사를 이해하되 민족이 걸어온 역정을 심도있게 인식하고 있어야 자주성과 정체성을 갖고 당당하게 세계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다. 정부는 지금보다 한층 더 국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국사를 천덕꾸러기로 취급하는 교육정책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교육과정을 개편해 국사를 대학까지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입시와 공무원 자격시험 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와의 역사전쟁에서 이기는 첫걸음은 우리의 역사를 공부하고 자긍심을 갖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