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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해도 기운 넘쳐 밤샘공부 문제없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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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서울대 채식인 모임’ 회원들이 학생회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왼쪽 끝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진상현.김영준.권경락.이혜온.고은주씨. 김성룡 기자

"풀(야채)만 먹으면 기운이 없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오히려 심신이 가벼워져 밤샘 공부에 더욱 자신이 붙었습니다."(환경대학원 3학기생 김영준씨)

"육식문화는 광우병.조류독감 등 먹거리의 안전문제는 물론 동물 학대와 환경 파괴라는 엄청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채식을 하면 몸에도 좋고 이런 문제들도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언론정보학과 4학년 이혜온씨)

대학 내에서 채식운동을 벌이고 있는 '서울대 채식인 모임'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쏟아내는 채식 예찬론이다.

이들은 대학가에서는 보기 드물게 '비건(vegan.육류는 물론 생선이나 유제품도 먹지 않는 완전 채식인)'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밥상에 오른 고기를 한점이라도 더 먹겠다고 가족끼리, 혹은 하숙생끼리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여야 했던 기성 세대들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개별적으로 채식생활을 해왔던 서울대생 30여명이 지난달 공개모임을 갖고 '채식 선언'을 하게 된 데는 사정이 있다. 캠퍼스 내 채식인이 소수이다 보니 불편한 점이 하나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구내 식당의 메뉴가 대부분 고기류여서 먹을 수 있는 게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모임 결성에는 이혜온씨와 임두리(사회학과 3학년)씨 등이 앞장섰다. 생활협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만난 두 사람은 알음알음으로 학내 채식주의자들을 끌어들였다.

이들은 첫 사업으로 대학 구내 9개 식당 중 학생회관 내의 식당을 상대로 채식 식단 도입 협상을 벌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식당 측이 매주 수요일을 '채식의 날'로 정해 채식 메뉴를 내놓기로 한 것이다.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snuvegan)를 통해 세를 불리고 있는 이들은 요즘 '캠퍼스 내 채식전용 식당 마련'이라는 두번째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정민 기자<jmle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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