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감독…성적 나쁘면 퇴출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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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프로농구 삼성 김동광 감독은 경기 전날 밤 4시간 이상 잠자지 못한다.

상대팀 경기 비디오를 거듭 보고 미리 짜둔 작전을 수없이 검토한 후에야 간신히 잠자리에 든다.

대개 오전 4~5시쯤이다.

그냥은 잠들지 못한다.

맥주 한병은 마셔야 간신히 잠을 청할 만큼 신경이 곤두선다.

짧은 수면시간 중에도 온갖 종류의 꿈을 꾼다.

엄청난 스트레스 때문에 김감독은 시즌오픈 후 체중이 4㎏이나 빠졌다.

지난달 26일 SK 감독직을 물러난 안준호 감독은 올해초부터 위궤양에 시달렸다.

성적에 대한 부담으로 끼니까지 거르다 생긴 병이었다.

'스포츠맨 = 건강의 상징' 이라지만 프로농구 감독 대부분은 끊임없는 스트레스와 격무에 시달리느라 건강상태가 말이 아니다.

불면증.신경쇠약이 가장 흔하고 신경성 위장질환.간질환에 시달리는 감독도 있다.

감독들의 건강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 방법이 없는 시즌중 더욱 악화된다.

비시즌에는 등산.골프 등으로 여가시간을 갖지만 시즌중엔 음주.흡연이 전부다.

여기에다 현역 시절 혹사당했던 감독들은 신경통.관절통에 시달린다.

무릎 부상으로 한창때 은퇴한 현대 신선우 감독은 경기시간 내내 서있어야 하는데다 거듭되는 장거리 원정이 괴롭다.

어떤 감독은 자신의 처지를 '숨이 턱에 차도록 달리면서 쉴새없이 채찍을 맞는 경주마' 에 비유한다.

이들에게 프로농구 벤치는 겉보기만 화려할 뿐 칼날 위를 걷는 듯한 형극의 길이다.

가뜩이나 고단한 감독들은 최근 SK가 성적부진을 이유로 사령탑을 바꾼 후 더욱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조급함이 감독들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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