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개방20년 대륙의용틀임]2.21세기노리는 12억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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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홍콩내 영국계 국제학교 아일랜드스쿨에 재학중인 탕원위안 (唐文元.17) 군은 '부자나라 중국' 을 알리는 전도사같은 존재다.

唐군의 집은 베이징 (北京) 이다. 유학생인 것이다.

학비는 매년 1만달러 (약 1천3백만원) 정도. 그러나 아파트에 가정부까지 두고 생활하는데 연간 2만달러가 더 든다.

베이징시 싸이터 (賽特) 백화점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唐군의 부친에게 3만달러 정도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영어를 배워야, 그리고 신기술을 배워야 앞으로 중국땅에서 행세할 수 있다며 유학을 권하시더군요. " 唐군이 말한 유학동기다.

"아버지는 쿤밍 (昆明) 근교 시골학교를 나왔어요. 늘 못배운 걸 후회하셨죠. 그래선지 제 공부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셔요. " 唐군은 졸업후 영국으로 유학갈 예정이다.

컴퓨터와 법률을 함께 익혀 컴퓨터 로 (Computer Law) 전문가가 되겠다는 포부다. 최근 중국에선 조기유학 바람이 한창이다.

대상은 호주.영국.싱가포르.미국.홍콩이다.

개혁.개방 20년이 몰고온 새 풍속도. 쑥쑥 자라난 중국의 경제력이 배경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2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 9.8%.' 개혁.개방 20년이 거둔 자랑스런 성적표다.

중국인들은 "앞으로 절대 깨지지 않을 기록" 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예측도 결코 과장만은 아니다.

현재 연소득 1만달러를 넘는 중국인이 3천만명, 3천달러를 넘는 중산층이 1억명에 육박한다.

중국이 20년간 이룩한 경제신화의 비결은 뭘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너기 (摸著石頭過河)' 다.

그야말로 '걸음걸음 뒤돌아보기 (走一步 看一步)' 원칙의 승리다.

예를 들어보자. 중국은 79년 시작된 경제체제 개혁을 결코 대도시부터 덥석 시작하지 않았다.

농촌에서 출발했다. 이른바 '가정생산 도급제' 의 도입이다.

생산량의 일정 부분만 국가에 납부하면 나머지는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한 제도로 시장경제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

대도시에 시장경제 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였다.

다른 부문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비국유기업 개혁→국유기업 개혁, 상품시장 개혁→원자재시장 개혁, 연안지역 경제특구 개발→내륙도시 개발 등이다.

지난 20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증가율, 즉 인플레율은 7.3%인 반면 성장률은 9.8%였다.

한마디로 매년 2.5%씩 잘 살게 됐다는 얘기다. 물론 성장의 그늘도 짙고 넓다.

지역.계층간 소득격차가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나날이 벌어지는 계층간 소득차이는 아직은 '필요악' 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역 격차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 당국은 지역간 경제력 차이가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제후주의 (諸侯主義)' 를 부추길 것을 염려하고 있다.

허베이 (河北).산둥 (山東).저장 (浙江).푸젠 (福建) 등 화둥 (華東) 7개성과 광둥 (廣東) 성 등 동부 연해지역의 지난해 공업생산 증가율이 21%인데 반해 구이저우 (貴州).간쑤 (甘肅) 등 서쪽지역은 9%에 미달한 것은 동.서 격차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낙후지역까지도 성장 중이라는데 중국 경제의 진짜 저력이 있다.

중국인들이 21세기를 '중국의 시대' 로 자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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