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한성기씨 진술따라 이회창 총재 조사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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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검찰은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과 관련, 조만간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를 상대로 구속기소된 한성기 (韓成基.39) 씨로부터 북한 당국자 접촉 및 무력시위 요청 사실을 사전.사후에 보고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30일 밝혔다.

검찰은 또 韓씨가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 (北京)에 체류하며 북한 당국자를 만날 당시 李총재의 동생 회성 (會晟) 씨에게 두차례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하고 회성씨도 금명간 재소환, 조사키로 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검찰에 입수된 韓씨의 보고서와 진술로 비춰볼 때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李총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며 "李총재를 직접 소환조사하기 힘들 경우 서면.방문조사하는 방안도 검토중" 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韓씨가 지난해 12월 베이징 방문 직전과 직후 李총재측에 북한 당국자 접촉과 관련한 문건을 전달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날 서울지법 형사합의26부 (재판장 金澤秀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총격요청 사건 첫 공판에서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韓씨는 출국 하루전인 지난해 12월 9일 부산 구포에서 유세중인 李총재의 유세차량에서 수행비서를 통해 베이징 방문과 북한 당국자 접촉계획이 담긴 '특단카드 협상 정보보고서' 란 제목의 보고서를 건넸다.

이 보고서에는 "李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북한통일전선부 최고책임자를 만나 김순권 (金順權) 박사를 북한으로 보내는 대신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제시하고 15, 16, 17일 행동할 것" 이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韓씨는 또 중국을 다녀온 뒤인 12월 15일 李후보 자택 앞에서 "북한 고위층도 李후보의 당선을 바라고 있었다. 북한 고위층의 말을 차마 글로써 모두 적지 못하지만 당선후 말씀을 전하고 싶다" 고 적힌 서신을 李후보 운전기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韓씨 집에서 압수한 컴퓨터를 안기부로부터 넘겨받아 분석한 결과 이들 보고서를 저장한 파일을 발견했으며 이를 출력해 사본을 증거물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韓씨는 "두 보고서는 직접 컴퓨터로 작성한 것으로 李후보에게 직접 전달한 것은 아니다" 고 말했다.

韓씨는 또 "베이징에서 북한측 인사에게 무력시위를 직접 요청한 적은 없다" 고 진술했다.

한편 검찰이 공개한 베이징 캠핀스키호텔의 통화내역에 따르면 韓씨와 장석중 (張錫重.구속) 씨는 베이징에 머무르던 지난해 12월 10일부터 12일까지 회성씨에게 두차례 전화한 것을 비롯, 청와대 행정관 오정은 (吳靜恩.구속) 씨와 12차례, 진로 장진호 (張震浩) 회장과 8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측 직접신문이 진행됐으며, 다음 공판은 19일 열릴 예정이다.

예영준.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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