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아의 MIT 인도공과대 실리콘밸리 주름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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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인도 최대의 수출품은 인도 공대(IIT) 출신 인재들이다.

'

지난 51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를 본따 만든 IIT 출신들이 세계 유수기업과 첨단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를 휘저으면서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티그룹. IBM. 필립스 등 세계 유력 기업에서 이 학교 출신들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미국. 독일. 프랑스의 유명 경영대학원들은 각종 혜택을 내세우며 IIT출신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50년대초 갓 독립한 인도의 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위한 인재양성소로 출발한 IIT는 엄격한 교육과 적극적인 세계화 전략으로 이제 '세계 경영자 사관학교'로 발돋움했다고 미 경제주간지 비지니스위크 최근호는 전했다.

미 버클리대 조사에 따르면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한 외국인 2천여명중 40%가 인도출신이며 이 가운데 절반이 IIT출신으로 실리콘밸리 최대 인맥을 형성할 정도다.

그중 가장 성공한 인물중 하나가 비노도 코스라(43) 선 마이크로시스템 공동 창업자다.

IIT의 성공은 엄격한 성적관리에서부터 출발한다. 한해 10만명이 응시하지만 합격증을 받는 학생은 2천5백명에 불과하고 졸업까지 무사히 마치는 학생은 2천명을 넘지 못한다.

한 강좌당 A.B학점을 1명씩에만 줄 정도로 엄격한 학점 관리는 학생들을 '인도 최고' 가 아니라 '세계 최고'로 키워낸다는 것. 실제로 98년도 졸업생 가운데 30%가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탓에 영어를 사용하고, 다양한 민족과 언어가 뒤섞여 있는 인도 문화는 이들이 세계 시장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기본토양이 되기도 했다.

어려운 경제 탓으로 학업여건은 불비하지만 향학열 만큼은 불타 오른다. 일례로 한반 전체(25명)가 한권의 전공서적을 돌려보기도 한다.

1인당 연간 교육비 3천달러는 모두 정부가 보조해 주고 있다. 이 학교의 교수 1인당 학생수는 6명으로 모델로 삼았던 MIT(11명)를 능가한다.

비지니스 위크는 "우수한 인재는 국적에 관계없이 채용한다는 최근의 국제경영계 추세에 비추어 볼 때 IIT의 성공사례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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