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혁방안 내용과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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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제도운영개혁위원회가 만들어낸 국회 개혁방안은 가위 혁명적이다.

해방 이후 50여년간 지속돼온 국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국회의 변화는 행정부.정당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향후 정치판의 기본틀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개혁안이 품고 있는 중요한 내용은 크게 세가지. 첫째는 지탄의 대상이 돼온 '놀고먹는 국회' 를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조치가 국회 상설화인데, 이는 그동안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왔지만 흐지부지돼왔던 부분이다.

개혁안에 따르면 임시국회를 해마다 1, 3, 5, 7월에 30일 회기로 자동적으로 열고 9월부터는 1백일간의 정기국회를 개최하도록 돼 있다.

의원들이 거의 1년 내내 국회에 매여있게 된다는 의미다.

물론 출.결석은 의원들의 자유다.

그러나 상임위와 소위원회 활동이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누가 얼마나 국정에 충실했는지가 금방 확인된다.

출석이 부실한 의원들에게 언론과 시민단체의 비난이 쏟아질 것이고 지역구 선거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의원들이 상임위를 2년동안 못옮기게 한 부분도 전문성을 강조해 놀고먹는 상임위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둘째는 입법부의 권한 강화다.

주목되는 부분이 예산결산위의 상설화다.

지금처럼 연말에 무더기로 1년치의 결산과 예산을 일괄 통과시키는 게 아니라 정부가 예산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1년 내내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행정부로서는 골치 아프겠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일반화된 제도다.

의장의 권한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국회의장은 특정 정당의 편을 들고 있다는 반대당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따라서 의장의 당적 이탈을 명시한 것은 중립성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처럼 일단 의장이 퇴임하고 난 뒤 지역구에 출마할 경우 그 지역구에 여야가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써 예우해주도록 권고한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또 공청회 및 청문회 개최 요건을 쉽게 함으로써 국회의 행정부 통제를 용이하게 하고 있다.

세번째로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감시를 제도화하고 있다.

기립 표결을 없애고 의안마다 의원들의 찬반 내용을 기록해 공개한다거나 법안 실명제, 소위원회 회의록 공개와 국정감사 생중계 등이 도입될 경우 의원들의 모든 활동이 유리알처럼 드러나게 된다.

의원들의 활동 근거가 남아 선거때 중요한 핵심 논쟁거리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개혁안은 아직도 넘어야 할 큰 산이 남아 있다.

여야 의원들이 과연 자기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이같은 개혁안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개혁위측에선 언론과 여론의 지원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여야도 현재까지는 여론의 기세에 눌려 개혁안을 수용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의 개혁이 당초의 목적을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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