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도 DJ 병문안 … 화해의 장 ‘문병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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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5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육영수 여사 3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육 여사의 생전 육성을 듣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왼쪽은 동생인 박지만 이지(EG) 대표이사 회장. [연합뉴스]

16일로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지 35일째다. 한 달 넘게 ‘문병정치’가 이어지면서 대한민국 정치의 장은 여의도 국회 대신 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특히 지난 10일 DJ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역사적인 화해와 용서의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하이라이트 장면 중의 하나가 15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병문안이었다. 박 전 대표에게 이날은 광복절 이전에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잃은 지 35년이 된 날(1974년)이다. DJ측에선 박 전 대표가 병원 20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릴 때까지 문병계획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기자들이 몰려 있는 3층 출입구 대신 지하주차장을 이용했다. 박 전 대표는 이희호 여사의 손목을 잡은 채 “얼마나 걱정이 많으시냐. 안정돼 간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며 “찾아뵙는 것도 폐가 될까 봐 조용히 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DJ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대 숙적이었다. 73년 박정희 정부 시절 중앙정보부는 일본에 망명 중이던 DJ를 납치한 일도 있다. 박 전 대표를 맞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DJ가) 재임시절 먼저 화해와 통합의 정치를 실천했기에 가능한 일”이라 말했다. DJ는 97년 대선 후보 시절 경북 선산군 의 박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고, 대통령이 된 뒤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을 맡아 기념관 건립에 200억원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2004년 8월 대표에 오른 직후 DJ를 만나 “아버지 시절 많은 피해를 보고 고생하신 데 딸로서 사과한다”고 화답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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