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테크] 칠레 축산기업 아그로 수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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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축산업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분뇨 처리다. 위생관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원이기 때문이다. 처리 비용도 많이 든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하면 축산 분뇨는 오히려 돈이 된다. 칠레의 대표적인 농축산기업인 아그로 수퍼는 돼지 분뇨을 이용해 난방용 에너지인 바이오가스를 생산한다.

아그로 수퍼는 2000년부터 7500만 달러의 거금을 들여 축산분뇨 처리시설인 ‘바이오 다이제스터(Bio Digestor)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이 회사가 키우는 돼지는 약 12만 마리. 돼지가 배출하는 분뇨는 축사 아래로 배출된다. 이를 축사 청소에 사용된 물과 고루 섞은 다음 ‘바이오 다이제스터’ 저장고로 보낸다. 바이오 다이제스터에는 두 종류의 박테리아가 활동하면서 메탄가스 생성을 촉진하고 분뇨을 분해한다. 이들 박테리아는 섭씨 35도에서 가장 활성화된다.

여기서 생산된 메탄가스는 난방용 에너지와 바이오 다이제스터 온도를 유지하는 데 쓰인다. 메탄 추출이 끝나면 폐기물은 물과 슬러지로 분리된다. 물은 ‘부유선광법’(浮遊選鑛法·물을 거품이 일게 휘저어서 불순물을 골라내는 방법)을 이용해 정화한 다음 축사 청소 및 농장 용수로 쓴다. 수분을 뺀 슬러지는 균을 이용해 분해한 다음 비료로 만들어 채소밭에 뿌린다.

바이오 제스터는 돼지 분뇨를 바이오가스·물·비료로 전환하는 시스템이다. 경비를 절감할 뿐만 아니라 환경을 보호한다. 이 회사는 탄소배출권을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농축산 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다.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한 아그로 수퍼의 기예르모 디아즈 델 사장은 “시카고거래소를 통해 일본 도쿄전력, 캐나다 트란스알타 같은 전력회사에 탄소배출권을 팔아 해마다 500만~1000만 달러를 벌고 있다”고 밝혔다. 시스템 개발을 주도했던 카를로스 비베스 대외협력 이사는 “한국은 기술력이 뛰어나 우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더 우수한 설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축산농가나 기업이 원한다면 바이오 다이제스터 관련 기술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주기중 기자

◆아그로 수퍼=칠레에 본사를 두고 있는 남미 최대의 농축수산 기업. 1955년 조그만 양계장으로 출발해 현재 세계 65개국에 돼지고기·닭고기·와인·채소 등을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종업원 1만4000명에 지난해 매출은 1조6000억원. 한국에 수입되는 돼지고기의 17%가 이 회사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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