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과 과학]가을 무 껍질이 두꺼우면 겨울이 춥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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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바야흐로 김장의 계절이다. 김장의 필수품 배추와 무도 수확이 거의 마무리돼 주부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때쯤 생각나는 속담에 '가을 무 껍질이 두꺼우면 겨울이 춥다' 가 있다. 수확한 무의 껍질이 두꺼우면 그해 겨울이 춥다는 뜻으로 옛 조상들은 무가 '추위 예보 능력' 이 있다고 본 것이다. 같은 뜻으로 '가을 무 꽁지가 길면 겨울이 춥다' 는 속담도 있다.

전문가들은 땅속의 무가 날씨의 변화를 예측해 월동준비를 미리 한다는 것은 실증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지만 대체로 가능한 것으로 본다.어떤 원리로 무가 추위를 미리 예측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대체로 땅속의 온도.수분 함량 등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 뿌리가 잘 자라는 기온은 섭씨 18~22℃, 무 잎이 잘자라는 기온은 25~28℃ 사이. 중부지방의 경우 대략 8월20일~30일 사이에 무를 심으면 먼저 무 잎이, 그 다음은 뿌리가 길게 쭉 자라다가 껍질을 한번 벗은 후 9월말 땅속온도가 20℃ 전후가 되면서부터 통통하게 살이 오르기 시작한다.

무 잎 탄소동화작용 산물이 무 뿌리로 옮겨 가는 것. 무의 수분함량은 95~97%에 달한다. 영하로 내려가면 이 수분들과 무의 식물세포가 꽁꽁 얼어버린다.

하지만 땅속 온도가 영하가 아니라면 월동도 가능하다. 때문에 겨울에 추울 것을 어느 정도 감지한 무 뿌리가 추위의 영향을 덜 받게끔 뿌리를 땅표면으로부터 멀리 내린다고 볼 수 있겠다.

껍질이 두꺼워지는 것도 추위를 막으려는 한 방편. 날씨를 예보한다는 식물에 관한 옛말은 무 이외에도 많다. 자작나무가 호도나무보다 빨리 새잎이 나오는 해에는 여름 날씨가 좋다.

그러나 호도나무가 자작나무보다 빨리 새잎이 나오는 해에는 여름에 찬비가 많이 내려 흉년이 든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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