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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특한 성악 발성, 까닭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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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127호 05면

성악가만 60명이 모여 사는 집의 모습은 어떨까요? 저는 지난달 말 한국의 남성 합창단 ‘이 마에스트리(I Maestri)’의 러시아 공연을 취재했습니다. 테너부터 베이스까지, 60명의 성악가와 2박3일 합숙을 했죠. 이들이 묵었던 숙소의 주인은 “문을 연 이래 가장 많은 양의 식사를 준비해야 했다”는 농담성 푸념을 던지더군요. 복도의 바닥을 울리는 우람한 ‘소리통’의 무게가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김호정 기자의 클래식 상담실

그리고 성악가들은 시시때때로 목을 풀더군요. 이들은 오페라 아리아는 물론, “씽씽 불어라”로 시작하는 김연아의 노래도 목풀이 삼아 부르며 다녔습니다. 여기서 잠깐, 김연아의 이 상쾌한 노래를 성악가들은 어떻게 불렀을까요?

네, 대부분의 사람이 연상하는 ‘성악가의 목소리’, 정답입니다. 어딘지 부자연스럽고, 왠지 부담스러운 목소리 말입니다. 성악가들은 왜 이렇게 노래하는 걸까요? 목에 힘을 잔뜩 준 코미디언들에게 수시로 패러디되고, ‘발성법 때문에 오페라마저 어렵게 느껴진다’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말이죠.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클래식 성악가들이 대대로 이어오는 ‘벨칸토(belcanto)’ 창법이라고요. 하지만 ‘아름다운 소리’라는 뜻일 뿐인 ‘벨칸토’는 극적 효과보다는 서정성·부드러움 등을 강조한 창법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트리플 악셀’처럼 좁은 의미의 기술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범위로 해석될 수 있는 ‘벨칸토 창법’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17세기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벨칸토 창법’은 지금보다 더 부드럽고, 말하는 것에 가까운 소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테너 박인수씨는 벨칸토의 최고봉으로 18세기의 파리넬리를 꼽습니다. 영화로도 추모됐던, 거세 가수죠. 파리넬리가 트럼펫보다 큰 소리를 내고,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부르는 내기에서 이긴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성악가들이 이겨야 하는 것은 트럼펫 한 대만이 아니게 됐습니다. 오페라 무대에 선 이들 앞을 막아 선 것은 약 60인조 규모의 오케스트라. 게다가 악기들이 현대화하면서 음량은 더욱 커졌습니다. 파리넬리의 말캉한 목소리보다 크고 힘있는 음성이 필요해졌죠. 그 결과, 성악가들은 성대보다는 머리를 공명통 삼아 내는 두성(頭聲)을 비롯해 비강(鼻腔)과 횡격막을 다양하게 쓰는 ‘근육’ 훈련을 하게 됩니다. 성악을 공부한 사람들이 대중 음악을 부르면 쓰는 근육이 다르죠. 그래서 ‘목을 다칠 것 같은’ 위기감도 느낀다고 합니다.

공연장은 대형화하고, 오페라의 길이는 길어지고, 작품 규모도 커지면서 성악가들은 점점 지금의 ‘튼튼한’소리를 만들어온 것입니다. 사실 이제는 ‘벨칸토’라는 말 대신 ‘튼튼한’또는 ‘강한’이란 뜻의 이탈리아어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A 크게, 오래 부르는 데엔 제격


중앙일보 문화부의 클래식·국악 담당 기자. 사흘에 한 번꼴로 공연장을 다니며, 클래식 음악에 대한 모든 질문이 무식하거나 창피하지 않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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