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정치성으로 스스로 초래한 위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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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호 07면

지난달 27일 쌍용차 평택공장 위를 경찰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로이터 통신이 최근 “한국의 과격한 노동 투쟁을 주도해 온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이 본 ‘흔들리는 민주노총’

이 통신은 민주노총 위기의 가장 큰 이유를 지난 6일 끝난 쌍용차 파업 사태로 들었다. 민주노총이 개입했음에도 경찰의 진압작전으로 파업 2개월 만에 ‘사실상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쌍용차의 적자가 심각한데도 모든 근로자들의 고용 유지를 요구하면서 장기간 파업을 강행한 것이 쌍용차에 큰 부담을 줬다는 전문가 분석을 실었다.
“민주노총이 쌍용차 파업을 이념 투쟁의 장으로 전락시켰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비판도 담았다. 다음은 로이터 통신의 보도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감소한 데에는 스스로가 문제를 만든 측면도 있다. 지난해 민주노총 지도부의 한 인사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구속됐다. 지도부 일부 인사가 피해자에게 경찰에 신고하지 말도록 압력을 가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지도부 총사퇴로 이어졌다.

또 민주노총의 최대 단위노조 중 하나인 KT가 “정치 성향이 지나치게 강하고 노조원의 이익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한다”며 지난달 탈퇴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민주노총이 약화하게 된 외부적 요인으로는 경기 침체의 여파와 이명박 정부의 대응 방침을 꼽을 수 있다. 대기업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은 노조의 과격 투쟁을 확실히 막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한국 노조의 파업 횟수는 일본보다 6배나 많다. 이것이 한국 노동 시장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해외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한다. 한국의 수출제품 중 상당수는 다른 국가에서 더 싸게 만들 수 있다.

또 오랫동안 노조 파업과 씨름해 온 현대자동차는 최근 새 공장들을 모두 해외에 건설했다.

민주노총이 영향력 약화를 막기 위해 오히려 더 과격하게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민주노총의 이승철 대변인은 “한국의 과격 노조가 투자를 막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민주노총의 영향력 감소는 사용자와 정부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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