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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복수노조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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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기업 인수.합병 (M&A) 으로 인해 두 회사가 합쳐지면서 복수 (複數) 노조가 생기더라도 한 곳밖에 인정할 수 없다. '

최근 M&A와 영업 양수.양도가 활발해지면서 한 회사에 복수노조가 생기는 사례가 잇따르자 재계가 '이를 인정할 수 없다' 는 입장을 정리하는 한편 정부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노동부측은 "현행법상으로는 복수노조가 금지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피하게 생기는 복수노조에 대한 제한규정이 없으므로 기존 노조를 무시하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것" 이라는 입장이라 재계와 마찰이 예상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7일 주요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회의를 열고 M&A로 생기는 복수노조를 인정하지 않기로 방침을 마련하고 회원사에 통보키로 했다.

지난 97년 개정된 노동법에는 오는 2002년부터 복수노조 설립을 허용키로 돼 있다. 경총측은 "기업간 합병이 이뤄지면 기존 회사의 노조도 해산 또는 합병해 단일 사업장에서는 하나의 노조만 존재해야 한다" 고 지적하면서 노조가 단일화되기 이전에는 사측이 단체교섭을 거부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원하는 쪽과 단체교섭을 체결하는 방안을 도입키로 했다.

또 한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단체협약이 존재하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을 개정해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한편 영업 양수.양도의 경우에도 기존 노조는 양수자가 명백히 승인하지 않는 한 승계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김영배 (金榮培) 경총 상무는 "금융기관간 합병이나 5대그룹 빅딜,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인수 등의 과정에서 복수노조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며 "오늘 결정한 방침을 정부에 수용해줄 것을 건의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경총이 이같은 입장을 정리한 것은 기업 통폐합 과정에서 복수노조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 실제로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의료보험관리공단 (공교의보) 과 지역의료보험조합 (지역의보) 이 지난 10월 1일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으로 통합된 이후 기존 두 기관의 임금.근로조건 등이 별도로 유지되는 등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임금이 지역의보보다 평균 20% 가량 높았던 공교의보 노조는 기존 임금체계 고수를 요구하는 반면 지역의보 노조는 자신들도 공교의보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주든지 아니면 공교의보쪽 임금을 낮춰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공단 노사협력실 관계자는 "공교의보 인원은 7백명이지만 지역의보는 1만명이나 돼 임금을 높이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 이라며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임금을 조정할 경우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게 되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고 고충을 토로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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