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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교수-이헌재금감위장,재벌개혁 속도 공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과 서울대 정운찬 (鄭雲燦) 교수가 정부의 5대 재벌 개혁속도를 놓고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

李위원장과 鄭교수는 26일 한국방송공사 (KBS) 의 라디오프로그램에 차례로 출연, 鄭교수가 정부의 재벌개혁이 너무 늦다고 비판하자 李위원장은 '야생마 길들이기론 (論)' 을 펴며 순리대로 풀어가는 중이라고 응수했다.

鄭교수는 "2000년에는 총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내년 7월 이후에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강력 유도하기 어려우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고 강조했다.

鄭교수는 또 "부작용이 무서워 5대 그룹에 손을 못대는 바람에 과거 재벌개혁이 실패했다" 며 "6대이하 그룹은 힘이 없어 구조조정을 많이 했으나 5대 그룹은 각각 5조~6조원의 현금을 확보한 채 기업체 정리나 매각 없이 버티고 있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李위원장은 "5대 그룹 개혁은 야생마 길들이기와 같다" 고 운을 뗀뒤 "야생마에 바로 안장을 얹으면 난리가 나기 때문에 먼저 높은 담과 넓은 마당에 몰아넣고 그 안에서 길들여야 한다" 고 응수했다.

李위원장은 이어 "5대 그룹에 대한 회사채.기업어음 (CP).은행대출 제한 등이 그런 과정이었다" 며 "이제는 안장도 놓고 고삐도 맬 단계가 된 만큼 5대 그룹 구조조정도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 이라고 말했다.

鄭교수의 재벌개혁 부진에 대한 질타에 대해 李위원장은 재벌개혁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과 제도의 틀안에서 순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평소 지론으로 응수한 셈이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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