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안 마련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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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가 '경영진의 책임강화를 위한 종합방안' 을 마련한 것은 부실경영에 대해 책임지는 풍토를 마련하지 않고선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내 최고 경영진은 그동안 기업 내부는 물론 주주.채권자 등 외부 이해관계인의 견제를 거의 받지 않고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해 왔으나 이들의 부실경영.불법행위 등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미흡했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망하지 않는다' 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있을 정도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 1월 주요 대기업과 경영진의 책임 강화 등 기업구조개혁 5대 원칙에 합의한 바 있으며, 지난 7월 전경련 회장단과의 회동에서 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여기에는 물론 한국경제의 최대 현안인 '구조조정' 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간의 공평한 손실부담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주가하락.감자 (減資) 등으로 주주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고용조정으로 실업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부실경영 책임도 강하게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경제.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 올들어 소액주주.채권자 등의 경영감시 기능이 활성화되고, 검찰과 법원도 부실경영 책임에 대한 법집행을 강화하는 추세다.

현재 정부가 검토중인 책임경영 강화방안은 크게 세가지. 우선 사전에 경영감시활동을 철저히 함으로써 부실경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사회 및 소액주주의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기관투자가에게 이사

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또 경영진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아래 스톡옵션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고 능력.성과급 확산을 위해 세제상의 유인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후적으로 부실경영이 발생하면 그 책임을 끝까지, 엄격하게 묻는다는 방침이다.

명백한 부실경영 책임이 입증된 기업주나 금융기관 경영진에 대해 일정기간 다른 회사 임원으로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하고, 벌금은 반드시 경영진 자신의 돈으로 물도록 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재취업 금지와 관련해서는 부실경영 등으로 재판을 받은 경영진으로 한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기가 수월치 않을 전망이다.

박의준 기자

[최근 부실경영진 제재사례]

◇ 대구지법 (6월 12일) =청구그룹 장수홍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 서울지법 (7월 25일) =제일은행 전 행장.임원이 은행에 4백억원 연대배상토록 판결

◇ 서울지법 (9월 28일)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 부자가 재직중 횡령한 1천6백31억원 한보철강에 배상토록 결정

◇ 서울지법 (10월 21일) =기아그룹 김선홍 전 회장을 부실계열사에 거액 지급보증한 혐의 등으로 징역7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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