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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조직, 결국엔 내국인 조직과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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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조직폭력의 역사는 이민사와 같이한다. 19세기 미국의 암흑가는 아일랜드와 유대인 이민자들이 장악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 이탈리아, 특히 시칠리아 이민자들이 만든 마피아는 범죄조직의 대명사로 불리게 됐다. 20세기 후반 들어서는 중국·베트남·히스패닉 갱단이 미국의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사우스웰(38·사진)은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이민자들 간의 범죄 문제에 관심을 쏟지 않을 경우 결국 내국인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범죄 조직을 분석한 『조직폭력의 역사』(국내에선 『조폭 연대기』로 발간)의 저자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외국인 범죄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이민자들은 이주해온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잘 모르고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불법체류 문제 때문이다. 또 이민자들끼리 폐쇄된 사회를 유지한다. 범죄 피해를 보더라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국가가 범죄 피해를 본 이민자들에게 무관심한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조직 범죄를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어떤 패턴을 띠나.

“외국인 범죄조직은 처음엔 같은 민족을 상대로 갈취·사채·불법도박 등의 범죄를 저지른다. 점점 조직이 커지면서 다른 지역과 영역으로 확장한다. 결국 마약·기업형 갈취 등 고수익 사업을 두고 내국인 범죄조직과 전쟁을 벌이게 된다.”

-대책은.

“‘마법의 탄환’은 없다. 경찰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는 외국인 범죄조직에 대해 조기에 손을 쓰지 않는 것이다. 일찍부터 개입해야 한다. 경찰이 이민사회와 신뢰를 쌓아야 범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게토(외국인 밀집지역)가 주류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사회적·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 해당 외국어와 문화를 잘 아는 수사관도 양성할 필요가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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