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업종 구조조정 점검]반도체 단일화 연내 힘들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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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반도체 = 기대 난망, 발전설비 = 불투명, 선박용엔진 = 약간 흐림, 항공기.철도차량.석유화학.정유 = 맑음. ' 연말까지 통합 준비작업을 마무리짓도록 돼있는 5대 그룹 7개 업종의 구조조정 작업과정에 대한 중간점검을 하면 이같은 결론이 나온다.

대상중 항공기.철도차량.유화.정유 등 4개 업종은 그런대로 진행되고 있지만,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반도체부문은 거의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빅딜 무용론' 이 계속 나오는 가운에 양사는 통합 작업과 별개로 자체적인 재무구조개선 계획을 추진중이어서 연내 마무리는 사실상 '기대난 (難)' 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발전설비 역시 한국중공업과 현대중공업간의 협상이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7개업종 해당 업체와 채권은행은 내달 중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을 계획이다.

◇ 지지부진한 반도체.발전설비 = 현대와 LG는 진통끝에 지난 13일 반도체 통합법인의 책임경영주체를 결정할 평가기관으로 아더D리틀사 (ADL)를 정했으나 '평가기준' 조차 합의점을 찾지 못해 아직 본격적인 실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시한을 당초 예정(11월말) 보다 일주일 연장해주기로 했지만 실사에만도 2~3개월은 걸릴 것이란 지적이다. 양사 관계자는 겉으로는 "성실하게 통합 작업에 임하겠다" 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독자생존'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설비를 한중에 넘기기로 한 발전설비의 경우 현대가 관련자료를 한중에 제출했으나 인수조건은 매듭지어진 게 없다. 현대는 토지.건물.인력(8백여명)까지 모두 가져가라는 주장이나 한중은 설비만 뜯어가겠다는 입장. 인수대금도 주식지분(현대 입장)과 현금(한중 입장)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 그런대로 진행되는 나머지 업종 =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곳은 항공기와 철도차량. 현대.삼성.대우가 단일법인을 세우는 항공기는 최근 임인택(林寅澤) 전교통장관을 사장으로 내정했으며 3사의 자체실사 결과를 놓고 맥킨지컨설팅이 조율하고 있다.

5천억원 자본금중 절반 가량을 정부 (산업은행).은행이 출자전환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 내년 3월 법인출범까지 별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현대.대우.한진이 참여하는 철도차량도 사장공모를 통해 9명의 응모를 받아놓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주중 사장을 내정할 예정. 역시 총자본금 3천2백60억원중 절반을 출자전환해달라고 은행에 요청하고 있다.

현대.삼성이 동일지분으로 통합법인을 세우는 유화는 일본 미쓰이물산과 15억달러 이상 유치협상이 마무리단계며, 협상이 끝나는대로 사장 인선을 할 예정이다.

현대가 한화에너지를 인수하는 정유부문은 가장 먼저 경영개선계획서를 은행에 제출, 1천4백억원 부채의 출자전환을 요청했고 은행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나 다른 업종과 함께 최종방침이 정해질 전망이다.

삼성이 한중에 설비를 넘기기로 한 선박용엔진은 당초 계획을 바꿔 한중.삼성.대우가 동등지분의 단일법인을 세우기로 계획을 수정. 그러나 설비가 없는 대우는 최소 3백억원 이상 거액의 현금출자가 필요해 순조롭게 설립절차가 진행될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이재훈.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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