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20세기 한국톱10' 한국사회속 귀화인 삶 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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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사람의 슬픔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아마도 가족간 이별. 남북 이산가족의 아픔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그런데 또 다른 '헤어짐' 의 비극이 있다.

바로 귀화 문제다.

어느덧 60대에 접어든 임박자 (64).임문자 (62).임수남 (57) 남매. 해방 후 47년 동안 일본인 생모와 떨어지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부친은 일제시대 어린 나이에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임복상씨. 일본인과 결혼해 일본국적을 취득하고 3남매를 낳았다.

그러다 맞은 해방. 부친은 고향이 그리워 가족들을 데리고 돌아왔으나 고향 친지들은 어머니를 받아주지 않았다.

7년전 장녀 임박자씨는 일본에서 생모를 어렵게 만났으나 지금은 소식조차 모른다.

한국 근대사의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는 그의 흐느낌. "죽을려고 했어. 이런 얘기는 동생들한테도 처음하는 것이야. " 독

립제작사 '제3비전' 이 만들고 26일 밤12시 KBS2 전파를 타는 '20세기 한국 톱10' 귀화 외국인편. 한국을 '제2의 땅' 으로 선택한 외국인을 통해 우리의 어제와 오늘을 되짚었다.

48년 국적법 개정 후 현재까지 귀화한 1천59명 중에서 귀화 순으로 10명을 추려냈다.

초기에는 종교인이 많았다.

가난했던 한국인을 도우려는 희생정신의 산물인 것. 청춘의 정열을 바쳐 서강대학교를 세운 길로연 신부,가톨릭 여성교육기관이 성심학원을 설립한 주매분 수녀 등등. 한국인 양아들을 키우며 충남태안군 천리포에 동양 최대의 수목원을 만든 김광회씨의 발자취도 감동적이다.

문제는 90년대 동남아인을 중심으로 급증한 귀화 외국인에 대한 우리들의 '쌀쌀한' 태도. 한국이 살고 싶은 곳이라는 질문에 '노' 가 78%. "좀 넓은 가슴을 가진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 는 장강복PD의 말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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