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 면책특권 인정땐 칠레로 바로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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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영국 최고법원인 상원 재판부는 25일 오후 2시 (한국시간 오후 11시) 대량학살 혐의로 런던에서 체포된 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체포 불법 여부를 결정한다.

5명의 법관으로 이뤄진 재판부는 이날 영국 고등법원에 대한 검찰의 항소에 각자의 입장을 밝힌 뒤 다수결 형태의 투표로 이번 사안을 결정하게 된다.

만약 검찰의 항소가 기각될 경우 영국 최고법원은 외교관으로서의 피노체트의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그의 체포가 불법임을 결정, 칠레로 석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고법원이 검찰의 항소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스페인으로의 신병인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피노체트는 소송이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 영국에 남아 있어야 하며 영국의 내무장관이 소송을 계속할 것인가를 1주일 내로 결정하게 된다.

이에 따라 스페인 인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스페인 사법당국은 피노체트가 지난 73~90년 칠레 군사정부의 대통령으로 재임할 당시 스페인 시민들을 죽인 혐의를 재판하기 위해 그의 신병을 인도해줄 것을 영국측에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영국은 지난달 17일 런던의 한 병원에서 신병치료 중이던 피노체트를 전격 체포했으나 고등법원이 28일 그의 체포가 불법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검찰이 이에 항소해 최고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게 된 것.

1876년 처음 설치된 상원 재판부의 판결은 민사사건의 경우 영국 전역에서, 형사사건의 경우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잉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에서 최종적인 효력을 갖고 모든 하급법원에 대해 구속력을 지닌다.

이번 재판을 맡은 5명의 법관의원들은 모두 전 보수당 정부가 종신귀족에 임명한 판사 출신 상원의원들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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