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대회' 우수 사례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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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자식농사' 란 말이 있다.

어느 정도 부모가 될 준비를 했던 이들도 막상 아이를 키우며 이런저런 상황에 부딪히면 어려움을 느끼기 마련. 26일 오후2시 한국지역사회교육중앙협의회 새이웃소극장 (02 - 424 - 8377)에서 열리는 '좋은부모대회' 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발표돼 귀담아 둘 만하다.

주부 유은주 (38.강원도원주시우산동) 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5학년 딸이 담임께 말도 없이 조퇴하고 왔던 경우를 소개한다.

유씨는 순간 당황했지만 우선 울먹이는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다.

학교에서 장난을 치다 불공평하게 벌을 받게 됐는데 항의할 기회도 안주더라는 것. 유씨는 아이가 조금 진정된 후 잠이 들자 학교에 전화를 걸어 '교직생활 30년에 이런 아인 처음 본다' 며 흥분해 있는 교사에게 양해를 구했다.

한잠 자고 난 아이는 기분이 좀 풀렸던지 "엄마, 선생님도 우리 얘기 다 들어주시려면 한 반이 스무 명 쯤 돼야 할거야. 그런데 내가 한 행동이 그렇게 큰 일이었어요?" 하고 묻더라고. 유씨는 '이때다' 생각하고 과밀학급.잡무로 인한 선생님의 고충 등을 설명해주면서 은근히 아이의 잘못을 지적해 주었다.

그런 다음 학교에 계속 다닐지 결정은 스스로 하라고 했더니, 아이는 제 생각을 글로 써서 다음날 담임께 전달함으로써 마무리됐다.

유씨는 "무조건 아이 편을 들라는 것이 아니라 일단 아이의 입장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눈높이 대화' 가 여러 가지 갈등 해결의 기본인 것 같다" 고 말한다.

주부 최화숙 (44.서울강동구길동) 씨는 자녀에 대한 믿음과 기다림을 강조한다.

자녀와 대화엔 어느 정도 자신있던 최씨였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주먹으로 벽을 치며 화를 내기도 하고 죽고 싶다며 휴학하겠다고 조르는 둘째 딸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다 보니 둘째 딸의 작은 잘못에도 의심이 가던 참에 이사간 지 며칠 후 소풍을 갔던 딸이 아주 늦게 집에 들어왔다.

혼부터 내려고 벼르고 있던 최씨는 '길을 잃어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다' 며 기뻐하는 딸의 모습을 보자 그만 자신이 부끄러워졌다는 것. '변해야 할 것은 아이 뿐 아니라 나 자신' 이라고 느낀 그는 모든 것을 수용하며 아이를 믿고 기다려보자고 결심하면서 마음의 평온도 찾을 수 있었다.

회사원 유석만 (40.서울중랑구면목7동) 씨는 필요하면 외부 단체의 도움도 적극 받아볼 것을 권한다.

그는 화투나 당구에 빠져 새벽에 귀가하기 일쑤고 초등학교 3.5학년인 아이들에게도 대화 한 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이름뿐인 아빠' 였다는 것. 하지만 지난 9월부터 '토요일 오후만이라도 당구장에서 건져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속에 아내가 무작정 접수해놓은 아버지교실에 억지로 다니기 시작하면서 1백80도 바뀌었다.

처음엔 숙제에 대한 의무감 때문에 일찍 퇴근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학교 얘기를 물어보기 시작했는데, 이젠 유씨 스스로 부모 재미에 푹 빠져 견학이나 여행도 같이 가주는 자상한 아버지가 됐다.

"전엔 제가 어쩌다 일찍 들어와도 TV를 보고 있던 아이들이 초인종소리만 듣고는 '아빠 온다' 하면서 제 방으로 들어가 자는 척 했다더군요. 지금은 문까지 달려나와 '아버지 다녀 오셨어요' 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것이 진정 가정이고 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야겠다' 고 생각합니다. "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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