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합 언어 '유로판토'등장 보급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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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유럽 각국이 공동사용할 수 있는 통합언어가 제시돼 앞으로 활용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의 BBC방송은 24일 "유럽 통합으로 각국간 의사소통이 더욱 중요해지는 가운데 '유로판토 (Europanto)' 라는 새로운 통합언어가 등장, 유럽내에서 조용한 언어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고 보도했다.

유로판토의 창안자는 유럽연합(EU) 각료회의 통역자인 디에고 마라니. 이탈리아 출신인 마라니는 영어를 토대로 독일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를 보완적으로 합성해 유로판토를 만들어냈다. 유로판토는 유럽 각국의 단어를 차용하고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일종의 변형된 영어다.

일례로 'After de Lewinsky affaire' (르윈스키 사건 이후)처럼 영어와 불어를 일정한 규칙에 맞춰 섞어놓은 것이다. 마라니는 이미 EU의 내부용 잡지를 유로판토로 발행했으며 유로판토로 벨기에 일간지 '르 소와르' 와 스위스 일간지 '르 탕' 에 고정칼럼을 게재할 예정이다. 또한 곧 유로판토로 집필된 단편소설이 출간된다.

유럽내 언어 비효율성 문제는 EU 헌법에 해당하는 로마조약이 'EU 공식문서는 모두 공용어로 번역해야 한다' 고 규정한 데서 비롯된다. 15개 EU회원국에서 11개 공용어가 사용되는 현실에서 EU의 모든 회의를 각국 언어로 번역할 경우 1년 동안 번역문서만 1백만 페이지에 달하는 등 너무 많은 언어에서 오는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에스페란토 등 인공언어가 자연 언어를 완전히 대체한 사례가 없어 유로판토의 성공 여부를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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