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리포트]그린벨트 해제를 보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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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린벨트 해제는 '용도변경이 전혀 불가능했던 자연녹지지역을 주거.상업.공업용도지역으로 바꿀 수 있다' 는 게 핵심이다.

벨트내에 땅을 사놓고 무한정 기다리는 투기가 아닌 녹지를 대지로 바꾸는 진짜 투기가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중 상당수는 그린벨트 해제를 "경제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것" (67.2%) 으로 보기도 한다 (6월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조사) .또 난개발로 도시구조가 기형적 형태로 바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는 과거 잘못을 바로잡는 측면도 있다.

광주.울산 등 그린벨트가 도시의 적정한 발전을 가로막은 경우도 있고, 제주.충무.여천.춘천.진주 등 당초의 도시성장 예측이 빗나간 도시권도 있다.

특히 후자는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개발압력이 별로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들 도시권은 벨트를 해제해 키우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균형개발론을 주장한다.

투기.난개발은 계획적 개발만 전제되면 그린벨트가 아닌 기존의 도시계획제도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제주권은 그린벨트가 전면해제되면 신제주.구제주를 붙여 '하나의 도시' 를 만들 수 있다.

통영권은 고성과, 여수권은 공단.시가지가 연결되고, 춘천권.진주권도 가용토지를 확대해 키울 수 있다.

당국은 올연말께 전면해제할 도시를 고른다는 방침이나, 탈락 도시권의 주민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개발압력이 있는 도시권은 해제할 경우 기존의 계획이 모두 헝클어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기존계획을 따른 투자가 낭비로 변해서는 안된다.

때문에 해제에 앞서 "기존 도시구조를 바꿀 만큼 그린벨트 해제가 절실하냐" 를 신중하게 따지는 절차가 필요하다.

또 민생.민원 차원에서 ^구역지정 이전부터 있던 대지에 주택신축허용^환경평가후 보존가치가 낮은 지역은 해제 또는 조정^존치될 지역안의 취락에 대해서는 규제완화 등의 조치는 별로 중요할 듯하지 않지만 도시구조엔 의외로 큰 영향을 미친다.

당국 의도대로 벨트형은 유지된다 해도 '속엔 좀이 먹은 듯 구멍이 군데군데 뚫린 모습' 이 될 게 분명하다.

이들 구멍에 사람들이 몰리면 난개발은 불 보듯 뻔하고, 당국은 이곳에 인프라 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구멍의 크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자라나고, 민원의 불씨가 돼 다시 "그린벨트를 해제하라" 고 외치는 세력으로 성장한다.

이 문제는 도시기본계획으로는 다루기 힘들다.

당국은 "그린벨트를 주거지가 아닌 도시민의 친환경적 여가용지로 쓰자" 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귀기울여야 한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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