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구려사 감정적 대응은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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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둘러싸고 최근 중국이 보인 일련의 태도는 적이 실망스럽다. 오늘날 들불처럼 일고 있는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한국민의 분노는 중국이 자초한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고구려사를 복원하기는커녕 통째로 한국 정부수립 이전의 역사를 삭제했다. 현장조사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려던 한나라당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 의원들에 대한 비자발급도 한때 불허했다. 이런 일은 인류문화의 발상지로서 오늘날에도 세계를 이끄는 지도자급 나라의 처신이 못 된다.

우리는 외교부 홈페이지의 고구려사를 즉각 원상회복할 것을 중국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1963년 중국과 북한은 '조.중 합동 고고학발굴대'를 조직하고 1963년 8월 23일~1965년 10월 19일 4차에 걸쳐 연인원 62명의 학자가 중국 동북지방 유적 발굴조사를 실시, 1966년 평양에서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고구려유적 발굴에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유물의 소유를 북한 우선으로 한 것은 고구려를 우리 역사로 인정한 증거다. 이제 와서 지난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자국의 정치적 이해에 따른 의도적 왜곡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우리는 정부와 국회에도 주문한다. 고구려사 왜곡 문제는 결코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빗나간 열정은 문제해결을 방해할 뿐이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일부 여야의원들이 제출한 간도협약 무효 결의문은 마땅히 취소돼야 한다고 본다. 중국의 실질적 영토지배를 부정하는 것은 국민감정을 부채질하는 포퓰리즘적 행위에 불과할 뿐 역사왜곡 시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바로잡는 일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긴밀한 협조로 우리의 역사를 바로 찾는 일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중국에 대한 단호하고 강력한 시정 요구와 함께 고구려사가 우리 역사임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야 한다. 북한과의 활발한 학술교류, 고구려사 연구서의 번역 및 해외 보급, 중국 접경국가들과의 전략적 연대 구축 등은 그 구체적 방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