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유망주]15.펜싱 김영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지난달 중순 스위스발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김영호 (27.대전 도개공) 는 참담한 심정이었다.

펜싱 플뢰레 세계정상을 노렸던 스위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극도로 부진했기 때문이었다.

김은 대회 개인전 8강에서 맥없이 탈락한데 이어 단체전 4강에서도 강호 프랑스에 시종 앞서다 막판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김은 한동안 죄책감으로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충남 연산중 2년 때인 85년 첫 검을 잡은 이후 최대의 시련이었다.

97년 한국펜싱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은메달을 따내며 '펜싱의 간판' 으로 우뚝 섰던 김의 자존심은 온통 구겨졌다.

그러나 마냥 주저앉을 김은 아니었다.

건재를 입증하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김은 방콕아시안게임 개인.단체 금메달 2개를 목표로 세웠다.

더불어 94년 대회 개인전 8강 탈락의 아쉬움도 씻을 참이다.

최대 라이벌은 중국의 왕하이빈. 세계랭킹 10~20위권을 지켜온 왕은 각종 대회에서 늘 김과 접전을 벌여왔다.

김이 전승을 거두기는 했으나 점수차는 고작 1~2점이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김승표 (지하철공사) 와 유봉형 (우방) 등 국내 선수들도 늘 껄끄럽다.

김은 요즘 신기술 연마에 힘쓴다.

국제무대에서 콧대높은 외국심판들이 먼저 인사할 정도로 유명 선수가 되다보니 자신의 주무기가 모두 노출된 탓이다.

지난 4월 아들을 얻은 김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물론 2000년 시드니올림픽 정상에 설 때까지 온 힘을 쏟겠다" 며 각오를 다졌다.

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