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300억 재산 쾌척한 김 대표 가족의 나눔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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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가 평생 술·담배는 물론 음료수조차 사먹지 않을 만큼 검약해 모은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에 쾌척한다는 소식이다. 어려운 집안 환경 탓에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는 “KAIST가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해 국민 모두가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 내 꿈”이라고 밝혔다. 어렵게 고생해 번 돈을 자기 소유라 여기지 않고 사회와 나라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은 그의 숭고한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김 대표의 삶은 ‘버는 건 기술, 쓰는 건 예술’이라는 평소 신조 그대로였다. 자신에게 쓰는 돈은 한 푼도 아까워하면서 나눔에는 관대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는 앞서 고향인 전북 부안군의 가난한 인재들을 위해 10억원을 들여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외아들이 서울대에 입학한 것을 기념해 온 가족이 서울대 의대에 사후 시신 기증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의 기부를 둘러싸고 부인과 아들이 흔쾌히 동의했다는 점 역시 아름답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그간 기부를 결정한 뒤 가족과 불화를 겪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아들에게 “교육은 시켜주겠지만 아버지 재산을 물려받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말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일러왔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아들은 이번 재산 환원을 반대하기는커녕 스스로 제3세계 아이들 10여 명을 후원하며 기부천사로 살고 있다. 돈보다 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자식에게 물려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