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시설 대응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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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네바합의 이후 4년1개월 만에 다시 불거진 북한 핵문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어떤 대응책이 있을 수 있을까. 94년 당시 대응책이 참조가 될 만하다.

북핵문제는 사태 진행에 따라 대타협, 유엔을 통한 해결모색, 제재 등 3단계 대응방안이 있을 수 있다.

평양이 끝내 핵개발을 강행할 경우 미국이 대북 무력제재에 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94년 제네바 합의 전 관련시설 폭격이 검토된 바 있고, 워싱턴에서는 이미 '한반도 3월 위기설' 마저 나도는 실정이다.

1단계는 북.미가 뉴욕에서 제네바합의 2라운드 협상을 갖는 것이다.

사찰에 대한 반대급부로 금전적 보상은 힘들다는 게 미국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시차를 두고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카드를 제시할 수는 있다.

또 미국은 제네바 합의문에 명시하지 않았던 핵의혹 시설에 대한 사찰 근거를 이번 기회에 마련하려고 할 것이다.

한국은 협상에서는 소외되면서 돈만 물어야 하는 덤터기를 쓰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 94년 10월 핵협상 테이블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5조원의 경수로 부담금을 떠안은 바 있다.

2단계는 유엔을 통한 해결모색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미 협상이 실패할 경우 유엔으로 무대를 옮겨 대북 결의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

북핵을 국제문제로 격상시키면서 국제원자력기구 (IAEA) 등을 통해 핵사찰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 경우 초반에 너무 압박 강도와 스피드를 높여 놓으면 평양의 핵사찰 수용이 힘들어진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평양 방문도 예상할 수 있다.

3단계는 제재다.

북한이 유엔 중재마저 거부할 경우 대북 제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엔 결의에 근거한 경제제재는 항공기 이.착륙 금지→송금중단→석유금수→항만봉쇄→외교기관 철수 등 단계적 조치를 밟게 된다.

마지막은 군사제재다.

금강산 유람선 운항은 물론 정부의 햇볕정책도 빙하기를 맞게 된다.

이 경우 북한은 '동북아의 이라크' 가 될 수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국이 축적해둔 명분을 근거로 북한 핵시설을 토마호크 미사일로 공격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다다르게 된다.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은 19일 "미국은 북한의 지하 핵시설 의혹 해소를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 고 경고했다.

바람직한 것은 북.미간 협의로 가닥을 잡는 것이다.

북.미 핵합의를 담당해온 국무부 조엘 위트 담당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전반적 북.미관계의 개선없는 핵정책은 실패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릴 2차 김계관 - 카트먼 회담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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