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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들꽃 작은 음악회', 자발적 시민 문화 운동으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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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7월 21일 열린 들꽃 작은 음악회를 찾은 시민들이 장선화씨(오페라M 단원, 소프라노오른쪽 사진)의 노래가 끝나자 환호하고 있다. [라반스튜디오 제공]

지난 3월 시작해 여섯 번째 공연을 앞두고 있는 ‘들꽃 작은 음악회’가 진화하고 있다.(본지 3월 20일자 보도)

천안 태조산 자락 한 울타리 안에 ‘들꽃’과 ‘은소반’이라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이미경(50·여)씨는 그 동안 은소반에서 ‘하우스 콘서트’ 형태의 음악회를 매달 한 번씩 열어 5개월째 이어오고 있다. 음식점을 찾아준 손님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시작한 작은 문화공연이 지금은 100명이 넘는 고정 관람객이 찾아 올 만큼 성장했다. 홍보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문화행사에 이처럼 적지 않은 관람객이 몰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씨는 비록 무대는 작지만 무대에 서는 음악가만큼은 최고 수준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 동안 백석대 신정혜 교수(소프라노), 영남대 배용남 교수(바리톤), 신금호 오페라 M 예술감독(테너), 김용태 서울 내셔널음악원장(피아노) 등 20여 명의 젊은 음악가들이 들꽃 작은 음악회 무대에 섰다. 이들은 지역 문화 활성화라는 명분에 공감해 명성에 걸맞지 않는(?) 개런티를 받고 무대에 섰다.

‘이날만큼은 돈을 남기지 않겠다’는 이씨의 원칙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중요한 요소가 됐다. 관람객들은 1인당 3만원의 음식 값을 지불하지만 큰 공연장에서나 볼 수 있는 클래식 음악회와 공연이 끝나고 이어지는 와인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 손님들 대부분은 “최고의 문화상품”이라며 즐거워했다. 이 모든 것은 음악회를 장삿속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씨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화 나무심기 운동=들꽃 작은 음악회가 입 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자발적인 시민문화운동으로 확산시켜 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달 공연에서는 음악회를 즐겨 찾던 시민 20여 명이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뜻에서 모임을 결성했다.

20일 오후 7시에는 들꽃(은소반) 음식점 야외무대에서 남성 4인조 팝페라 그룹인 ‘라스페란자’(La Speranza)를 초청, 한 여름 밤의 무더위를 식혀줄 기획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날 공연을 계기로 이들의 문화운동은 더욱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아산지역에서도 일부 지역 문화 인사들이 들꽃 작은 음악회를 모델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공연을 상설화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27일 오후 7시 온양민속박물관 야외무대에서도 ‘라스페란자’의 공연을 볼 수 있다.

김은경 온양민속박물관장은 야외공연장 등 박물관 시설을 조건 없이 내놓기로 했다. 김영애 21세기여성정치연합 아산지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관람객들에게 제공할 음식을 준비하는 방법으로 지역 문화운동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최기선 온주문화회 대표는 공연에 필요한 음향 조명 등 무대설치와 홍보, 행사진행 등을 책임져 주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 어느 누구도 수익을 남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그래야 ‘문화나무 심기 운동’이 지속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문화 나무 심기 운동은 이번 공연에 동참한 구성원들이 작은 (문화)묘목을 큰 나무로 키워 나가자는 뜻을 모아 붙인 이름이다. 이들은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문화나무심기 운동’을 자발적인 시민참여 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영애 21세기 여성정치연합 아산지회장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평소 지역의 문화가 성장할 아이들에게 자긍심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지역 문화는 시민 스스로 키워나가야 한다는 뜻이 좋아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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