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끝난 고3·중3 지도]해방감 이해하되 한계분명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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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수능이 끝났다.

내달이면 일부 지방의 연합고사도 끝나 고3.중3 수험생들이 그간의 족쇄 (?)

에서 풀려나게 된다.

이들 청소년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먼저 상당수 부모들은 해방감에서 친구들과 밤늦도록 어울리는 자녀 때문에 당황하게 된다.

그러나 '시험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것을 해라' 고 세뇌(?) 되다시피한 아이들인 만큼 이들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허용적인 자세를 취하되 '한계' 는 분명히 알게 한다.

'늦게 귀가하더라도 외박은 안된다' 는 등 약속을 정한다.

서울시청소년종합상담실 이규미 실장은 "고3 학생에게는 이제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나이임을 인식시키고 아이를 존중해줄 것" 을 조언한다.

아이들의 분방한 감정과 부모의 염려가 적정선을 찾아 타협해야 한다는 것. 시험 뒤 심한 허탈감.공허감에 빠지는 아이들도 있다.

신체적인 탈진에서 벗어나는 것이 심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므로 우선 잘 먹게 도와준다.

집안 분위기를 명랑하게 유지하고 대화를 자주 나눠 공허감에서 벗어나게 한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시험을 잘 못봤다' 며 불안 초조해하고 자살까지 시도하는 경우다.

이때는 부모가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는 식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네가 힘들었구나' 등 감정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청소년 대화의광장 권해수(權海水) 상담원은 "시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불안은 계속된다" 며 "자녀가 크게 초조해 할 때는 함께 산책을 하면서 '네 옆에는 내가 있다' 는 등 자녀와 한편임을 알려주어야 한다" 고 조언한다.

시험 후 아이가 극도로 불안해 한다든가 누구와도 대화를 하려들지 않을 때는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서울백제병원 양창순(정신과)부원장은 "자살하는 사람은 실행에 옮기는 순간까지 자기 마음을 알아줄 것을 간절히 원한다"며 "자녀를 이해하는 최후의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라"고 말한다.

아이가 ▶자기 방을 깨끗이 치우고 ▶아끼는 물건들을 친구에게 주고 ▶폭력물 비디오를 심각하게 볼 때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서울시 청소년종합상담실(02-285-1318) 산하 11곳 청소년상담기관, 청소년대화의광장(02-253-3812) 등 상담기관을 찾는 것도 한 방법. 상당수 아이들은 TV보기.책읽기로 소일하며 스트레스를 발산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부모로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에 다행스러울지 모르나 스트레스 누적은 새로운 생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포츠.문화강좌 등 자녀가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일부 중3 부모의 경우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미리 배우는 학원에 자녀를 보내기도 하는데 이런 초조함은 금물. 충분한 신체적.정신적 건강함을 찾은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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