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노력 의원들]운전기사 없애고…공중전화 사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1월초 한나라당 신경식 (辛卿植) 사무총장실. 석종현 (石琮顯) 여의도연구소장이 辛총장으로부터 꾸지람을 듣고 있었다.

'미사일 기술 통제체제와 한반도 안보' 라는 연구책자 발간에 따른 자금결제 때문이었다.

辛총장은 "홍보비 마련도 어려운 판에 급하지도 않은 이런 자료를 만들어 내놓으면 어떡하느냐" 며 짜증을 냈다.

그러면서 "앞으론 급하지 않은 것은 만들지 말라" 는 엄명을 내렸다.

정책활동도 중요하지만 우선 '먹고 살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총재실을 제외하곤 당사 어디서도 직통전화를 걸 수 없다.

이달초 전화통신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2백26회선에 달하던 전화를 1백33회선으로 줄이고 휴대전화는 모두 회수, 처분했다.

국제전화는 근처의 공중전화에서 걸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절약되는 돈이라야 월 2백만원에 불과하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는 설명이다.

야당으로 전락한데다 IMF까지 겹쳤기 때문이라지만 여당이 된 국민회의의 실정을 보면 역시 IMF가 결정적 요인인 게 틀림없다.

기초의원.당직자.당원 등에 대한 대대적 연수를 실시하고 있는 국민회의 연수원은 '집권후 오히려 허리띠를 졸라매는' 형국이다.

연수원 관계자는 "강사료를 절반으로 깎고 숙박시설을 1실 (室) 4인에서 6인으로 늘리는 방법으로 비용을 줄이고 있다" 고 전한다.

IMF극복을 위한 자구 (自救) 노력은 의원들 사이에서 보다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고급 승용차와 운전기사를 없애고 아예 손수 운전하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한나라당 이신범 (李信範) 의원은 지난 9월초, 김영선 (金映宣) 의원은 7월 각각 그랜저 승용차를 처분했다.

궂은 날이나 장거리를 갈 때는 예전에 몰던 콩코드.크레도스를 직접 몰지만 버스.지하철로 등원할 때도 많다.

정의화 (鄭義和.한나라당) 의원도 올 초부터 쏘나타Ⅱ 자가운전자로 변신했다.

국민회의 이석현 (李錫玄) 의원은 일과중에만 운전기사를 둔다.

이들은 기사월급과 주차.세차비 등을 아껴 매달 3백만원 이상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일주 (金日柱.자민련) 의원은 지난 여름부터 선물.금일봉 대신 직접 동네를 돌며 하수구를 청소하거나 방역.제초작업을 하는 '노력봉사' 를 하고 있다.

그는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젠 주민들도 이해해주고 가까이에서 민심을 접할 수도 있게 돼 일석이조" 라고 성공담을 전하기도 했다.

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