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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강 따라 … 자전거로 국토를 누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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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대 강을 따라 686㎞ 국토 대장정에 나선 ‘대한민국 그린 물길 캠프’ 대학생 자전거 탐사대가 10일 상주시 북천변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리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자전거로 4대 강을 따라 686㎞ 국토를 순례 중인 대학생 탐사대가 10일 낙동강 경북 상주에 도착했다. 지난 5일 낙동강 부산 을숙도와 영산강 하구언 두 지역을 각각 출발한 지 11일 만이다. 경북도가 주최한 ‘대한민국 그린 물길 캠프’ 행사다.

영남팀은 낙동강 상류를 향해 페달을 밟았고 호남팀은 영산강(89㎞)과 금강(122㎞)을 거쳐 낙동강 경남 창녕에서 영남팀과 합류한 뒤 이날 상주에 닿았다.

탐사대 100명은 상주에서 자전거박물관을 둘러보고 환영식에 참가했다. 이정백 상주시장은 “낙동강은 상주 낙동에서 강다운 면모를 보인다”며 “상주는 자전거 교통수송분담률이 21%에 이르는 ‘대한민국 자전거 수도’”라고 소개했다.

하루 평균 60㎞를 달리며 대원들의 얼굴은 검게 그을렸고 자전거는 흙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다.

을숙도를 출발한 영남팀 김세희(22·여·전남대 화학시스템공학3) 대원은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낙동강을 처음 만났다.

김 대원은 방학 수업까지 포기하고 4대 강 자전거 순례에 동참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피부병으로 고생한 뒤 맑은 물의 소중함을 새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낙동강 하류는 검은 바닥이 우려할 수준이었고 구미공단 주변은 강 위에 붉은 게 보였다”고 전했다. 또 유채꽃을 심고 홍어축제 등을 하는 영산강과 달리 낙동강은 널찍한 모래사장에 풀만 무성한 곳이 많아 의아했다고 덧붙였다. 낙동강은 한강이나 청계천과 달리 가까이 있지만 이용하지 못하는 강이더라는 것.

영산강과 금강을 따라 온 호남팀 김호성(20·경북전문대학1)씨는 경북 봉화가 고향이다. 그 역시 영산강과 금강은 초행길이었다. 그는 “영산강이 풍요로워 보였지만 둥둥 뜬 쓰레기가 자주 보였다”고 말했다.

자전거 길은 강을 따라 대부분 마련돼 있지 않았다. 둑방 길은 군데군데 움푹 패여 있었고 곳곳은 자갈 길이었다. 또 도로 옆으로 난 자전거 길은 자동차가 지날 때마다 아슬아슬했다.

탐사대는 환영식에 이어 상주지역 사이클연맹·자전거연합회 회원 50명과 함께 북천 옆으로 난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린 뒤 중동초등학교에 캠프를 차렸다. 탐사대와 시민들은 시내 구간을 달리며 서로 손을 흔들고 인사를 건넸다.

대원들은 저녁에는 숙영지에서 독일 라인강 등 잘 정비된 외국의 강을 영상으로 보고 느낀 점을 서로 토론했다.

김세희씨는 “배 과수원을 하는 아버지는 4대 강 개발을 반대하더라”며 “강 주변 농민과 주민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는 강 개발 정책이 필요할 것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생은 “강에 물이 차 있어야 급격한 온도 변화를 막을 수 있다”며 강은 지구온난화를 막는 수단이라고도 했다.

탐사대를 이끄는 나도채(50) 대장은 “강을 따라 들어선 제방이 너무 높아 대원들이 강을 자주 접근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앞으로 4대 강의 변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해마다 4대 강 자전거 탐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자전거 탐사대는 낙동강에 이어 한강을 따라 달린 뒤 15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 들어선다.

송의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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