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반은 사람, 반은 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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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노타우로스는 머리는 황소인데 몸은 인간인 괴물이다.

크레타 섬의 왕인 미노스가 파시파에와 결혼할 때 신에게 황소 한 마리를 제물로 바쳤는데 그 아름다움에 반한 파시파에가 살려줄 것을 간청해 허락을 얻은 후 은밀하게 관계를 가져 낳은 것으로 돼 있다.

미노타우로스를 자신의 아들로 믿었던 미노스는 차마 죽일 수 없어 미로 (迷路) 속에 가둬 놓지만 아테네에서 먹이로 바쳐진 테세우스에 의해 살해되고 만다는 이야기다.

그리스신화뿐만 아니라 반수반인 (半獸半人)에 관한 전설이나 설화들은 얼마든지 있다.

상반신은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인데 하반신은 물고기의 형체인 인어 (人魚) 의 전설들은 대표적이라 할 만하다.

현재 일반에게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실제 인어로 추정되는 미라가 일본에도 있고 미국에도 있다.

일본 후지노미야 (富土官) 시의 아마테라스교 (千熙敎) 본부에 있는 몸길이 1백70㎝의 미라와 미국 하버드대 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50㎝ 길이의 미라가 그것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몇몇 과학자들은 틀림없는 진짜 인어의 미라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하반신이 물고기라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에 밝혀졌지만 상반신이 아직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를 '생명체의 불가사의 (不可思議)' 로 치부한다.

몇년전 해외토픽에 실렸던 기사도 사실이라면 불가사의한 일이다.

러시아에서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한 젊은이가 품종개량을 위한 실험을 하던 중 호기심으로 사람의 정자를 암퇘지의 난소에 넣었다가 사내아이를 얻어 키우고 있다는 기사다.

얼굴은 돼지 모습이고 몸은 사람인 사내아이의 사진도 실렸다.

과학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조작극이라 단정했으나 그 후문 (後聞) 은 아직 접하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꾸준히 불가사의한 일에 매달리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인간과 소의 세포를 융합시켜 자라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도 그렇다.

바야흐로 미노타우로스와 같은 '반인반우 (半人半牛)' 의 괴물이 태어날지도 모른다고 떠들썩한데 복제 (複製) 인간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판국에 대수로울 것도 없지만 이러다간 생명창조의 질서가 뿌리째 뒤흔들리지는 않을는지 은근히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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