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건 씁시다…'신 물산 장려운동' 건전소비 불지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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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2일 오후 8시쯤 서울송파구잠실본동 지하철 신천역 뒤편 일명 '먹자골목' . 거리 한복판에 내걸린 '건물주인 여러분, 임대료 인하에 감사드립니다' 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퇴근길 직장인들과 주민들을 맞고 있다.

이 플래카드는 각종 음식점으로 가득한 이곳 30여개 '먹자빌딩' 건물주들이 최근 보름 동안 임대료를 10~20%씩 내린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상가번영회측에서 내건 것.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후 어려워진 상인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건물주들의 결정으로 1백여 상인들이 혜택을 보았다.

이에 따라 이곳 상가번영회 소속 5백여 업소 주인들도 10% 이상 음식가격을 내리고 다음주부터 이를 알리는 스티커를 가게 정문에 붙이기로 했으며 임대료 인하에 동참하는 건물주들도 계속 늘 전망이다.

이곳은 '신물산장려국민운동본부' 와 '고당 (古堂) 조만식 (曺晩植) 선생 기념사업회' 가 지난달말부터 공동으로 전개해온 '신물산장려운동' 의 시범지역.

80여년 전 고당이 펼쳤던 '조선물산장려운동' 의 정신을 이어받아 IMF사태로 수렁에 빠진 나라경제를 되살리자는 취지의 범국민적 실천운동인 신물산장려운동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이 운동은 '건전한 소비를 장려.촉진한다' 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대료 인하와 물건 10% 이상 싸게 팔기 외에 지역 실직자 1가게 1인 채용하기도 함께 펴고 있다.

즉 주말 오후 온 가족이 외식을 하거나 영화.전시회 등을 관람하는 등 건전한 소비를 확대하고 이에 발맞춰 일반 업소에서는 가격을 인하하며 건물주들은 업소부담을 덜기 위해 임대료를 인하해 주는 등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 소비자.생산자.지역경제 모두를 살리자는 것.

영국.독일 등 선진 각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새로운 사회운동을 참조해 우선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시범적으로 불을 댕긴 뒤 전국적으로 확산시킨다는 전략을 세운 것도 이 운동의 한 특징.

운동본부측은 송파구에 이어 조만간 종로.신촌.대학로 등 서울시내 주요 상권의 건물주들을 설득, 운동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운동본부 이영수 (李英守) 본부장은 "소시민의 조그만 동참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점을 지역구성원들이 인식해 이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운동본부 문의전화 02 - 575 - 5746~8.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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