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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후 서울은 제주도 날씨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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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전국적으로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 민락동 수변공원에서 더위를 피해 나온 가족단위의 시민들이 잠을 자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헉, 헉. 올 여름은 너무 덥다." 최근 사람들이 모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살인적인 무더위가 계속됐고 전국 도시에서 최저기준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를 포함한 지구는 어디까지 더워지고 이로인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구 온난화는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를 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태양 열을 붙잡는 이른바 온실효과 때문에 생긴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기후변화협약이 아직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에서도 지구 온난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편집자]

◇무더위 기습=올 들어 사람이 바깥 활동을 하기 어려운 37도 이상의 살인 더위가 13차례 나타났다. 주로 밀양.합천.포항.진주.영천.산청 등 남부 지방이었다. 올해 1~7월 평균 기온 역시 서울의 경우 12.6도를 기록, 예년 평균보다 1도가량 높았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15 시.도의 평균 기온도 0.5~1.4도 높았다.

1904~2000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5도 상승했지만 21세기엔 이보다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지구 평균기온이 2100년이면 지금보다 1.4~5.8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세기 초까지 한반도의 기온이 평균 4도 정도 올라갈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현재 제주도 서귀포와 서울의 연평균 기온 차이가 4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서울이 서귀포처럼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를 보일 수 있다. 앞으로 이런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면 SF영화에서나 나오는 재난이 생길 수 있다.

◇가뭄 피해="2031~2060년 한반도 남부에선 가뭄이 자주 발생할 것이다." 기상청 기상연구소 권원태 기후연구실장은 최근 1971~2000년의 기온과 강수량 변화, 토양수분의 증발량,강우 형태 등을 고려해 2100년까지의 파머 가뭄지수(PDSI)를 계산했다. 가뭄지수가 음수일 경우 가뭄이 현재(71~2000년)보다 심해지고 양수일 경우는 가뭄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데, 한반도는 2100년까지 음수 값을 보이는 경우가 지금보다 많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가뭄지수 -3 정도의 극심한 가뭄도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밖에 전북.경북 내륙은 지금보다 가뭄이 심해지는 반면 동해안은 가뭄이 덜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계산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2100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의 375ppm에서 두 배가 넘는 820ppm에 이른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바탕을 둔 것이기는 하다.즉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전혀 취하지 않았을 때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권 실장은 "기온이 상승하면 강수량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겠지만 증발량도 늘어 쉽게 가뭄이 발생한다"며 "온도가 올라가면 20여일 정도만 가뭄이 계속돼도 지금보다 극심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해수면 상승=기온이 오르면 극 지방 얼음이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한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져 부피가 늘어나는 것도 해수면 상승을 부채질한다. 2001년 IPCC는 21세기 100년 동안 해수면이 9~88㎝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IPCC가 예측한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있다. 해수면이 1m 상승할 경우 방글라데시는 논의 절반이 침수되고, 중국 상하이는 3분의 1 이상이 물에 잠기게 된다. 미국은 중부 대서양 연안과 미시시피만에 걸쳐 토지 3만6000㎢를 잃게 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조광우 박사는 지난해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한반도 면적의 최대 1.2%인2643㎢가 바닷물 범람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조 박사는 "서해안은 평지가 많아 해수면 상승에 취약하다. 자연 방파제 구실을 하는 갯벌이나 사구(砂丘.모래언덕)를 훼손한다면 피해를 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호우.태풍 피해 증가=최근 국내에서 집중호우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일 강수량이 80㎜ 이상을 호우라고 했을 때, 연평균 호우발생빈도는 54~63년은 연간 평균 1.6일인 데 비해 94~2003년은 2.3일로 증가했다. 우량이 증가하면서 비가 한번 내리면 호우 형태를 띤다.

루사.매미 등에서 보듯이 강력한 태풍도 문제가 된다. 권 실장은 "대체로 8~9월 해수온도가 가장 높을 때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데, 해수온도가 상승하면 태풍이 큰 세력을 유지한 채 한반도까지 다가올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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