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 3연속 대삼관]400년 일본 바둑사 '대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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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치훈9단이 일본에서 이룩한 '3년연속 대삼관' 은 저물어가는 일본 바둑계가 마지막으로 토해내는 찬란한 광휘와도 같다.

일본 바둑은 5백여명의 프로기사를 지니고 있고 지난 4백년간 화려하게 꽃을 피웠으나 종국에 가서 조치훈이란 한국인에 의해 일통되었다.

바둑은 조만간 일본을 떠나 한국과 중국으로 옮아갈 것이다.

그 마지막 절정의 순간에 조치훈은 '본인방전 10연패' 와 '1천승 달성' 에 이어 '3년연속 대삼관' 이란 대기록을 잇따라 세우며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조9단은 12일 도전자 왕리청 (王立誠) 9단을 꺾고 명인위 방어에 성공한 직후 "믿어지지 않는다" 고 말했다.

봄의 기성전과 여름의 본인방전보다 이번이 힘들었다.

삼성화재배에서 이창호9단에게 패한 아픔 탓이었다.

막부시절의 일본에서 명인은 당대 한명 뿐이었고 동시에 유일한 9단이기도 했다.

바둑의 권부라 할 명인기소 (碁所) 를 놓고 피나는 쟁탈전이 벌어졌는데 본인방 (本因坊)가문은 그중 가장 많은 명인을 배출한 명가였다.

현대적인 기전 (棋戰) 을 시작한 일본이 명인전과 본인방전을 랭킹 1, 2위로 정한 것은 당연했다.

그런 어느날 일본기원은 명인전이란 이름을 아사히 (朝日) 신문사에 넘겨버렸고 이로 인해 원래의 주최사였던 요미우리 (讀賣) 신문사와 긴 법정소송이 벌어진다.

그 결과 기성전이 생겨났고 요미우리의 기성전이 랭킹 1위, 아사히의 명인전이 2위, 마이니치의 본인방전이 3위로 낙착을 봤던 것이다.

일본에 23개의 프로기전이 있지만 그중 3대 신문사의 이 3대 기전만큼은 권위.전통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조치훈9단만은 "세계기전에서 진다면 진정한 강자라고 할 수 없다" 고 솔직히 토로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한국의 이창호9단이 40대의 조치훈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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