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유망주]7.태권도 정명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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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여자 태권도가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보여주겠습니다. "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3연패하면서 '여자 태권도의 간판' 으로 자리잡은 헤비급 정명숙 (24.삼성물산) . 서울 공릉중에서 운동을 시작한 정은 혜성여고 2년때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국가대표로 처음 92년 말레이시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정은 결승에서 홈팀의 텃세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시상대에서 말레이시아 국기가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며 분한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을 쏟던 정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뼈를 깎는 훈련을 거듭하며 몸통 돌려차기와 오른발 얼굴 돌려차기를 주무기로 연마, 세계 정상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섰다.

정은 93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아시아선수권과 월드컵은 물론 95, 97년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휩쓸며 남자 태권도의 간판 김제경 (29) 과 쌍벽을 이뤘다.

정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부모님의 열렬한 성원. 건축업을 하는 아버지 정종수 (54) 씨와 어머니 김순희 (47) 씨는 처음 '여자가 무슨 격투기냐' 며 딸을 만류했으나 이제는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세계대회 때마다 현지로 날아가 딸을 응원하는 것은 물론 이번 합숙훈련 기간에는 대표팀 선수들을 저녁식사에 초청하기도 했다.

1m75㎝.73㎏의 체격인 정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자신의 주무기 외에 뒤차기 공격을 '히든카드' 로 준비하며 구슬땀을 쏟고 있다.

정은 이번 아시안게임 제패를 발판삼아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그랜드슬래머가 되는 것이 목표다.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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