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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라운지] 관광 세일즈 첨병…한국 누비는 민간 외교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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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을 통해 평양과 베이징, 그리고 워싱턴을 본다." 한 일본 외교관의 말이다. 그래서 각국의 외교관은 물론 기업인들도 잇따라 한국을 찾는다. 또 관광이나 문화 체험을 위한 외국인의 방문도 늘었다. 아시아의 외교는 물론 사회.문화의 중심으로 한국이 부상 중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의 일과 삶을 소개해온 '서울 라운지'를 확대했다.

"홍콩으로 오세요."

서울 시청 앞 프레지던트호텔 11층의 홍콩관광청. 입구엔 홍콩의 인기스타 청룽(成龍)이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가슴엔 홍콩으로 어서 오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들어서면 수북한 관광 팸플릿이 눈에 띈다. 그렇다고 여느 여행사처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이 바로 준(準) 외교기관 노릇을 톡톡히 해내는 외국 관광청이다.

스위스관광청 김지인 소장은 "해당 국가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도와주는 게 관광청"이라고 말한다. 여행사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상술이 낄 수밖에 없지만 관광청은 전적으로 관광객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얘기다.

◇30여개의 관광청=현재 국내에 들어온 외국 관광청은 모두 30여개. 중국.일본.말레이시아.필리핀.홍콩.싱가포르 등 해외 여행객이 많이 찾는 아시아 국가는 거의 관광청을 설치했다. 또 스위스.프랑스 등 관광으로 유명한 유럽 국가와 호주.뉴질랜드 등도 관광청을 갖고 있다.

미국은 하와이.라스베이거스 등 주(州) 관광청이 들어와 있다. 대부분 서울시청 주변 또는 강남 일대에 모여 있다. 관광청의 형태는 크게 세가지. 먼저 본국 관광청의 지역사무소인 경우다. 이 경우엔 대개 해당 국가에서 책임자가 파견돼 운영된다. 이밖에 관광청 책임자를 한국인 중에서 선발하는 형태와 국내 홍보 대행사에 관광청 업무를 위탁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1992년 '주한외국관광청협회(ANTOR)'를 만들어 정보를 교류하고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낸시 최 ANTOR 회장은 "해외여행을 외화 낭비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관광객을 잡아라"=관광청의 1차 목표는 관광객을 최대한 유치하는 것. 이를 위해 관광청들은 온갖 아이디어를 짜낸다. 관광책자를 나눠주는 건 기본이고 갖가지 마케팅 기법이 동원된다. 대표적인 게 탤런트.가수 등을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스타 마케팅'전략.

각종 이벤트도 활용한다. 예컨대 홍콩 관광청에선 세계 각국에서 여성 관광객들을 초청해 50만원씩을 주고 맘껏 쇼핑하도록 한다. 그 뒤 가장 알찬 쇼핑을 한 관광객을 선발, 푸짐한 선물을 준다. '쇼핑 천국' 홍콩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전략이다.

◇미디어.여행사 공략=관광청들은 미디어.여행사 등 관련 업계도 부지런히 파고든다. 여행사 종사자들로 하여금 유명 관광지들을 둘러보게 하는 '팸투어(Familiarization Tour)'가 전형적 예. 이 밖에 몇몇 관광청에선 해당 국가에 대한 여행사 담당자들의 지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교육도 실시한다. 홍콩.오스트리아 관광청은 각각 '홍콩 스페셜 리스트' '오스트리아 아카데미'라는 과정을 만들어 이 나라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피나는 항공노선 유치=관광청들이 미디어.여행사 못지않게 신경쓰는 데가 있다. 바로 항공사다. 어디에 직항로가 개설되느냐에 따라 관광객 수가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여행사들도 직항로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패키지 여행을 짜게 돼 자연히 그곳을 찾는 여행객들이 늘게 된다.

남정호.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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