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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가막만 양식장서 굴 대량폐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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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전남여수시 가막만에 굴을 2백30대 (대당 길이 1백m) 양식한 李길용 (41.여수시화양면안포리) 씨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3억원어치를 수확했던 굴이 올해는 대부분 죽어 3천만원도 건지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폐사한 굴을 거둬 버릴 곳이 없어 그냥 놓아두고 있는 것도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그대로 뒀다간 내년 양식이 어렵다.

청정해역인 여수 가막만의 양식 굴이 바다의 갑작스런 환경변화로 집단폐사, 3백50여명의 어민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가막만의 굴 양식시설은 새끼 굴이 달린 줄을 1백m의 로프에 25㎝ 간격으로 늘어뜨린 수하식 (垂下式) 총9천4백18대. 여수시와 해양수산청 굴양식수협이 지난달 말 조사한 결과 56%인 5천3백6대가 굴이 대부분 죽어 수확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당 1백만원씩 계산하면 무려 53억여원어치. 나머지 46%도 10㎝가량 자랐어야 할 굴이 5㎝ 안팎에 그쳐 상품성이 거의 없어 수확기를 맞았는데도 가공업자들이 사 가지 않고 있다.

굴양식수협여수지소 정대신 (42) 지도과장은 "어민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양식하면서 들인 품삯 등은 고사하고 대당 30여만원의 종패값도 건지기 힘든 형편" 이라고 말했다.

굴이 대량 폐사한 원인은 여름철에 예년보다 수온이 최고 1.8도나 높았던 데다 비가 최고 2백55㎜나 많이 내리면서 바닷물의 염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재해인정 및 보상은 뒤로 미루더라도 하루빨리 양식시설을 철거할 수 있도록 육상에 매립장을 확보해줄 것을 여수시 등에 요구하고 있다.

계속 방치해 폐사한 굴이 바다밑으로 떨어져 썩으면 청정해역이 오염돼 내년 양식까지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육상 매립장은 운반거리 등을 감안해 최소한 5곳에 총1만t을 묻을 수 있는 규모여야 한다.

가막만의 굴은 그간은 경남통영의 가공업체들이 양식 줄까지 통째로 사가 매립장이 필요 없었는데 올해는 사가지 않아 상황이 바뀌었다.

어민들은 "가막만의 굴 양식이 30년이래 최악의 흉작으로 존폐 위기에 빠졌다.

우선 철거대책을 서둘러줘야 한다" 고 밝혔다.

여수 =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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