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나래,동양에 1점차 서전 장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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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나래가 원년 외국인 최우수선수 (MVP) 제이슨 윌리포드 (25.1m97㎝) 를 기아에 내주고 데릭 존슨 (27.2m6㎝) 을 받은 것은 놀라웠다.

용병.토종을 통틀어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꼽히는 윌리포드는 이적하자마자 기아를 농구대잔치 정상에 올려 진가를 입증했다.

그러자 원주 팬들은 궁금했다.

도대체 존슨이 어느 정도이기에 윌리포드와 바꿨을까. 나래가 10일 원주에서 동양과 벌인 프로농구 98~99시즌 홈개막전은 '윌리포드 - 존슨' 이라는 거래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부담스런 한판이었다.

존슨의 대답은 단호했다.

경기 종료 9초전 양경민의 패스를 호쾌한 슬램 덩크로 연결, 결승점을 뽑았고 동양 김재열이 종료 직전 던진 슛을 블록슛 아웃시켜 승리를 지켰다.

나래는 존슨의 활약에 힘입어 39분51초동안 뒤지던 경기를 마지막 한순간에 뒤집고 91 - 90으로 역전승했다.

이날 18득점.15리바운드.4블록슛을 기록한 존슨은 만족한 표정으로 코트를 떠났다.

양팔 저울에 달았을 때 존슨은 분명히 윌리포드만 못했다.

존슨에게는 윌리포드의 드리블.패스.시야.슈팅력이 없었다.

그러나 존슨에게는 '확실한 존재감' 이 있었다.

보스턴 셀틱스의 릭 피티노 감독은 챔피언이 되려면 반드시 센터의 존재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승하기 위해 우리는 존슨이 필요했다" 는 나래 최명룡 감독의 말은 이해할만했다.

센터의 존재감은 경기 초반에 감지되는 법이다.

피티노 감독은 기술적으로 ▶강력한 블록슛 ▶수비 리바운드 ▶스크린의 강도를 통해 나타난다고 했다.

존슨은 이 조건을 모두 갖췄다.

그러나 나래가 존슨만으로 우승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나래에는 존슨을 이용하는 플레이의 종류도 적었고 가드 신기성의 볼 투입, 허재의 지원도 소극적이었다.

반면 동양은 공격의 초점을 용병 2명에게 맡기면서도 이들에게 수비가 집중되는 틈을 노려 국내 선수들이 다득점했다.

나래는 마지막까지 동양의 다양한 공격에 시달려 패배 일보 직전까지 몰려야 했다.

원주 = 허진석.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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