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려자들의 보금자리 경북성주군초전면 '평화계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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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행려자들의 보금자리 - . 경북성주군초전면소성리 '평화계곡' 은 버림받은 알콜중독자와 의지할 곳 없는 걸인.폐인 들이 모여 사는 생활공동체다.

"기적이 일어나고 있어요. 한때는 모두 남루한 행색으로 삶을 포기했던 이들입니다.

이제 가슴을 열고 남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찾고 있답니다.

이들에게서 인간은 본래 착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돼요. "

평화계곡 원장 崔소피아 (61) 수녀는 '하나같이 소중한 식구' 라며 이들이야 말로 '사랑의 사도들' 이라고 말한다.

현재 식구는 20대에서부터 80대 할머니.할아버지까지 모두 54명. 이 중 40여명은 이 곳에 오기 전만해도 술병을 끼고 살던 중증 알콜중독자들이었다.

이들이 알콜의 유혹을 떨치기는 쉽지 않았다.

그동안 세사람이 몰래 빠져나가 결국 술로 숨을 거두기도 했다.

의료봉사를 펼치는 의사들의 치료를 받으며 공동생활을 하는 동안 한두사람이 알콜을 이겨냈다.

그걸 보고 옆사람이 또 변하면서 중증 중독자 40여명이 술을 이겨냈다.

이 공동체의 모토는 '우리 힘으로 살아보자는 것' .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법인등록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번도 양식이 떨어지지 않았다.

농사를 짓기도 하고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 이곳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것은 5년전쯤.

대구역 근처 '요셉의 집' 에서 노숙자들에게 8년동안 무료급식소를 운영해오던 崔수녀와 柳말가리다 수녀 등 9명의 수녀가 이들을 데리고 아예 성주로 들어와 정착을 시도한 것. 94년 5월 이들은 대구의 독지가 金모씨가 내놓은 염소 3백마리와 3만평 야산에 보금자리를 꾸리기 시작했다.

계곡의 돌을 주어나르고 버려진 목재와 문틀을 끼워맞쳐 임시거처를 마련했다.

집다운 집을 지은 것은 지난 7월. 4년여에 걸쳐 주어모은 폐품으로 숙소와

성당을 마련했다.

널판지에서 문짝, 기둥에 이르기까지 모두 버려진 것을 모아 갈고 닦았다.

건축가의 손이 미치자 보금자리는 '행려자들의 낙원' 으로 탈바꿈했다.

평화계곡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요즘 들어 신부와 수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구미지역의 LG.삼성 등의 회사에 다니는 근로자들도 봉사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알콜중독자와 먹고 잘 곳없는 이들이 모여 건강하게 공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

崔소피아 수녀는 평화계곡이 반석위에 든든이 자리잡기를 기도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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