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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서 새나간 화물차 유류보조금 56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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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북 양산시의 화물 기사 A씨는 올해 초 자신과 친척들의 승용차에 기름을 꽉꽉 채웠다. 기름값은 영업용 화물차 기사들에게 지급된 화물복지카드로 냈다. 이 카드로 기름값을 계산하면 L당 337.61원의 유류세(주행세·교육세 등)를 할인받는다. 원래 화물차에만 이 카드를 쓸 수 있으나 단골 주유소에서 전표를 조작해준 덕분에 가능했다. A씨는 이런 식으로 한 달간 약 74만원의 유류보조금을 부정하게 지급받은 것이다.

경기도 평택시의 화물 기사 B씨는 2007년 8월 교통사고를 당해 한 달이 넘도록 입원해 있었다. 하지만 병원 입원기간 중에도 화물차를 운행한 것처럼 꾸며 약 56만원의 유류보조금을 지급받았다. B씨가 평소 자주 가던 주유소 주인과 세금계산서, 거래 내역을 허위로 조작해 유류보조금을 타낸 것이다.

국토해양부 조사 결과 2006년 6월 이후 1606건(56억원)의 유류보조금 부정 수급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류보조금은 유가 인상으로 인한 화물 기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름값의 일부를 정부가 보조하는 제도로 2001년 7월 시행됐다. 모든 영업용 화물차가 대상이며 크기에 따라 월 23만~145만원이 지원된다. 지난해 1조4000억원이 나갔다. 국토부는 부정 사례가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정 수급이 적발되더라도 돈만 물어내면 그만이다. 다른 처벌 조항이 없다.

앞으로 부정 수급한 화물 기사와 이를 도운 주유소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토부는 이런 일을 한 화물 기사에 대해 1년간 유류보조금 지급을 정지하고 5년 내에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하면 화물차 운송 면허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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