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강소기업 ⑦ 두올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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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철호 사장이 전자태그 카드를 인식하는 출퇴근 ‘출입통제기’를 설명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두바이에 짓고 있는 초고층 빌딩 ‘버즈두바이 타워’에는 매일 1만 명 이상의 인력이 출퇴근한다. 근로자가 실종되면 이름만 갖고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 때문에 현장에는 지하철역 출입기와 비슷한 ‘출입통제기’가 설치돼 있다. 이 기기는 각자 소지하는 전자태그(RFID) 카드를 인식해 신분을 확인한다. 우리나라 건설 정보기술(IT) 업체 두올테크의 제품이다.

“저희 첨단기법을 건설 현장에 적용하면 안전사고는 물론 노무·물류·관리비용을 10% 이상 줄여 원가절감을 할 수 있어요.”

서울 상암동에 본사를 둔 두올테크 최철호(48) 사장의 말이다. 국내 건설 현장의 IT 적용 수준은 2~3% 정도라 시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국내 건축·토목공사 현장은 4만여 곳으로 추산된다.

이 회사가 지난해 상용화한 작품은 RFID 기반 위에 3차원 컴퓨터 설계기법을 접목한 기술이다. 신축 빌딩이 올라가는 과정을 시행·감리 회사 모두 현장에 나가지 않고 사무실에 앉아 PC로 실시간 지켜볼 수 있다. 건축물 자재에 RFID칩을 부착하고 그 자재가 건물에 투입되면 칩을 통해 정보가 컴퓨터에 전달되는 방식이다. 이 기술로 지식경제부의 ‘신기술인증’, 기술혁신기업에 주는 ‘이노비즈인증’, 미국 건설연구기관 피아텍의 ‘기술혁신상(CETI)’을 잇따라 받았다.

두 번째 작품은 3차원 설계를 적용한 ‘빌딩정보모델링(BIM) 기술’이다. 최근 경기도 용인시민체육공원 프로젝트에 처음 적용된 뒤 건설 현장에 잇따라 선보였다. 이 솔루션을 채택한 서울 신도림의 주상복합 건설 현장은 석 달간 500건 이상의 문제를 발견해 공사 전에 수정했다.

그는 쓰임새가 많으면서도 저렴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인터넷 기반 임대형 방식의 건설 현장 물류관리시스템(PMIS) 소프트웨어를 내놨다. 현장마다 일일이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가 없게 한 것이다. 최 사장은 “100만원인 PMIS 임대료를 더욱 낮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솔루션은 인도의 지하철,카타르의 화학플랜트 등 해외 30여 군데에서 활용된다. 또 국내 송도 신도시, 대우 신도림테크노마트,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등 150개의 주요 건설회사 현장에서 이미 쓰이고 있다.

두올테크는 직원 65명 가운데 연구인력이 40명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액 50억원(영업이익 3억8700만원)에서 인건비를 뺀 금액의 25%를 연구개발(R&D)에 쏟았다. 성균관대 건축공학과와의 산학 합동연구도 4년째 이어 온다.

최 사장은 국토해양부와 공동 개발하는 BIM 기반의 ‘가상건설시스템’ 개발 연구단장을 맡고 있다. 첨단기술만 다루던 최 사장은 최근 출입통제기를 직접 생산하기로 맘먹었다. 그는 “소프트웨어는 아이디어가 재산인데 카피(복제)가 너무 손쉽게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봉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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