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정부 첫 단독 총재회담 배경·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9일 예정된 여야 총재회담은 일단 대화국면 조성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소위 '생산적 정치' 를 추구한다는 원론적 타협을 통해 벼랑끝까지 간 정국을 정상화 쪽으로 돌리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정권교체 뒤 8개월 남짓 대립만 거듭해온 집권여당과 야당 수장 (首長) 간 첫 단독대좌란 점을 들어 양쪽 다 "극한대치 상황만큼은 종지부를 찍게 될 것" 이라고 전망한다.

여야 관계의 일정 수준 복원과 함께 경제 살리기 등 국가적 현안들을 놓고 함께 손을 맞대는 모습이 모처럼 선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달 제의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협의체' 구성을 여권이 8일 수용했고, 정치 현안들을 수시로 조율하기 위한 공동협의기구 (가령 '여야 당 3역회의' ) 탄생 가능성도 커졌다.

한달여 남은 정기국회 역시 민생과 관련한 법안처리 등이 큰 걸림돌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된 것은 양쪽 모두의 절실한 필요성 때문이다.

여권으로선 곧 이어질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대외일정이 우선 결정적 동인 (動因) 이 된 인상이다.

11일부터의 중국 방문과 아태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참석,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미셸 캉드쉬 IMF총재와의 면담 등을 앞둔 金대통령으로선 어지러운 국내 정치상황을 정돈해둘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정당명부제 도입 등 정치 구조개혁, 이달 하순 시작될 내년도 예산안의 원만한 심의를 위해서도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터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대북정책의 지속적 추진도 야당에 의해 발목잡힐 수 없는 회심의 추진과제다.

이런 것들이 "회담 자체가 李총재와 한나라당의 입지를 살려준다" 는 정치적 계산을 뒤로 하게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李총재는 더 절실한 쪽이었다.

'세풍.총풍사건' 및 정치인 사정으로 장기간 수세에 몰리면서 당력 (黨力) 이 상당히 쇠진된 지경이다.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을 겪었고 '지도력 부재' 를 들고나오는 비주류의 퇴진공세까지 눈앞에 둔 상황이다.

사법처리 대상 의원들의 '조기 회담 개최' 압박도 거셌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안팎의 급박한 상황을 벗으면서 유일 (唯一) 야당 총재이자 원내 제1당 당수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선 회담이 유일한 돌파구였던 셈이다.

하지만 회담으로 정국이 급속 해빙을 맞게 되리라고 낙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정치적 이해가 걸린 현안들이 아직 쌓여있다.

여권은 세풍.총풍사건을 놓고 한나라당을 얼마간 더 흔들 태세다.

국민회의는 총재회담에서 '국기를 흔드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는 선언을 하자고 요구한 상태다.

지역감정 조장 부분에 대한 한나라당의 해명도 경색을 푸는 전제로 삼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회담에서 '정쟁중단' 이란 용어를 거론치 않기로 했다.

"싸우지 않는 여야관계가 어디 있나" 라며 여전히 반감을 내비치고 있다.

아직은 언제고 틀어질 수 있는 '절반의 타협' 인 셈이다.

김석현 기자

[총재회담 후 정치일정 (예상 포함)]

11.9:DJ - 이회창, DJ - 박태준 단독회동

11.11:국정감사 종료, 대통령 방중

11.12:국회3당 대표연설

11.13~18:국회 대정부 질문

11.19~30:예산안.정치개혁법안 등 법률안 심사

11.19~12.18:경제청문회 실시 (구체적 시기 미확정)

12.2:99년 예산안 처리 시한

12.18:정기국회 폐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