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방송 앵커 출신 한인 국회의원 멜리사 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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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이민자로서는 처음으로 뉴질랜드 국회의원에 당선된 멜리사 리(한국명 이지연·42·사진)는 지난달 미디어 관련법을 둘러싼 한국 국회의 여야 간 갈등을 꼬집었다. “뉴질랜드 방송을 통해 한국 국회의원들이 미디어 관련법을 놓고 싸우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며 “보도의 소신만 가지고 있다면 신문의 방송 겸업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인 출신이다. 뉴질랜드 국영방송 TVNZ의 앵커로 20여 년간 활동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해 국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됐다. “뉴질랜드 TV3와 TV4 채널은 민영방송인데 신문과 라디오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이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아요.” 본인이 근무했던 국영방송 역시 선거 때 편파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저의 친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국영방송이 지난해 선거 당시 공정 보도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비판하는 보도도 서슴지 않았어요. 이렇듯 뉴질랜드에서는 국영방송이라도 정부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영합니다.”

리 의원은 10일부터 열리는 ‘2009 세계 한인 차세대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11일에는 주한 뉴질랜드 상공회의소 초청행사에 참석하고, 12일에는 세계 한인 청소년·대학생 모국 연수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을 떠난 지 30여 년이 넘었지만 늘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11세 때 부모를 따라 말레이시아로 가 어린 시절을 보낸 뒤 호주 디킨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하고 뉴질랜드에 정착했다. 그는 “요즘 첫 한국계 국회의원으로서 모범을 보이려고 모든 면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의정활동을 잘 하는 것이 ‘대한민국’ 브랜드를 알리는 길이라고 여겨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 의원은 “한국은 뉴질랜드의 7대 교역 국가”라며 "방한 기간에 한국 국회의원들과 만나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뉴질랜드 의원친선협회장과 뉴질랜드 한국영화제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 여러 분야에서 한국과 뉴질랜드가 더 많이 협력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뉴질랜드 영화 공동제작 협정 체결에 앞장섰으며 뉴질랜드에서 한국영화제 개최에 힘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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