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감청 대상 대폭 축소…국민회의 보완책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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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야는 불법감청 시비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중이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서 공안.수사기관의 감청실태 조사를 지시받은 국민회의 감청조사위원회 (위원장 金元吉) 는 검찰.안기부.경찰.기무사 등 4대 기관으로부터 감청현황 및 개선책을 서면 제출받아 정리하는 한편 이번주중 실사 (實査)에 착수, 최단시일 안에 감청백서를 낸다는 방침이다.

국민회의는 수사기관이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 먼저 감청에 들어간 뒤 48시간 안에 법원허가를 받으면 되도록 돼있는 긴급감청 제도가 도청 (盜聽) 으로 비치고 있는 점에 주목, '48시간 이내' 를 '24시간 이내' 로 줄이거나 현재 1백50여 항목에 이르는 긴급감청 대상범죄 중 일반 형사사건은 제외하고 안보.마약.강력사범의 3대 분야로만 제한하는 문제를 집중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급증하는 범죄에 대한 감청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해 도청방지기 (비話器) 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규정은 유지키로 했다.

또 경찰서장이나 수사기관의 장 (長) 의 결정에 따라 착수되는 긴급감청 자료가 이후 법원에서 감청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실제로 범죄수사에 활용되고 있어 도청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중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활용되는 '내부자 고발제도 (Plea Bargaining)' 도입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성희롱 사건 수사에서 르윈스키에게 면책을 주는 대신 성희롱 내용을 구체적으로 받아내는 것과 같은 제도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李會昌) 총재가 주재한 간부회의에서 긴급감청을 아예 폐지한다는 당론을 세웠다.

감청대상을 국가안보.마약.인질사건 등에 국한하고 안기부.기무사에 대해선 국가안보범죄에 대해서만 감청을 허용토록 하기로 했다.

감청기간도 현행 3개월 (일반범죄).6개월 (국가안보) 을 각각 1개월.2개월로 대폭 축소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전영기.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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