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김호감독-신홍기 선수 '우리는 천생연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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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즐거운 인연. ' 96년 창단한 신생팀 수원 삼성의 사령탑을 맡은 김호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지도하다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

경기 흐름을 읽어내는 안정된 선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애제자' 신홍기 (30) 같은 선수가 아쉬웠다.

신은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예선과 94년 본선에서 김감독의 전술을 가장 잘 이해했던 영리한 선수였다.

그러나 서로 "아귀가 잘 맞는다" "존경한다" 고 말하는 김감독과 신홍기의

96년 인연은 악연이었다.

당시 울산 현대 수비수였던 신홍기는 수원과의 경기에서만 4골을 넣어 잘나가던 김감독을 번번이 골탕먹였다.

97년 겨울 김감독은 울산의 고재욱 감독과 신홍기가 '불화' 라는 소문을 들었다.

김감독은 재빨리 96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대표출신인 기대주 이경수에다 웃돈 3천만원까지 얹어 주고 그를 데려왔다.

김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의 빛이 바랠 때쯤 다시 만난 신홍기는 올시즌 수원의 양쪽 윙백과 가운데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면서 위기 때마다 살림을 꾸렸다.

28일 친정팀 울산과의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선 멋진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넣어 김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바로 전날이 김감독의 생일이었기에 '멋진 생일선물' 이기도 했다.

국내 최고의 지장으로 평가받으면서도 프로감독 10년 동안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김감독에게 신홍기는 끝까지 '즐거운 인연' 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신홍기를 지켜보자.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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