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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FA 수혈 없이 상위권 … 두산의 힘은 2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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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진 사장은 올해 1군의 지방 원정을 따라가는 일이 부쩍 줄었다. 김승영 단장도 마찬가지다.

대신 경기도 이천의 2군 구장을 자주 찾는다. 김태룡 이사는 아예 2군을 전담 관리한다. 2군에서 미래를 찾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두산은 그동안 단 한 명의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 없이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 이면에는 2군에 대한 각별한 관리와 관심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2군은 ‘깜짝 스타의 산실’=두산은 최근 몇 년간 ‘깜짝 스타의 산실’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무명의 신예 2군 선수가 일약 1군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사례가 유난히 많기 때문이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신고 선수 출신의 김현수와 손시헌은 국내 최고 타자와 유격수로 성장했다. 2006년 현대에서 방출된 이종욱과 롯데에서 트레이드된 최준석, 4년간의 2군 생활을 거친 고영민도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찼다. 올 시즌에도 3년차 이용찬이 구원 1위, 2년차 홍상삼은 선발진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는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노력과 안목 덕분이다. 구단 고위층은 여느 팀과 달리 1군 원정보다는 2군 경기장을 자주 찾으며 유망주 발굴과 훈련 환경 개선에 힘을 쏟는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역시 선수 기용에서 이름값보다는 노력과 가능성을 중시한다. 김 감독은 “더 많은 땀을 흘린 선수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젊은 선수들에게 파격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두산에는 주전 경쟁과 세대 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2군 선수들도 희망을 품고 더욱 열심히 운동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했다.

◆외부 FA 영입에 열 올린 LG=두산과는 대조적으로 ‘잠실 라이벌’ LG는 주로 대어급 FA 영입을 통한 전력 보강을 시도했다. 2001년 홍현우를 시작으로 FA 영입에 투자한 금액은 총 95억1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올해 이적한 이진영과 정성훈이 주전 타자로 활약하고 있을 뿐, 홍현우와 2004년 진필중, 2007년 박명환은 몸값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팀 역시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6년간 가을 잔치에 못 나갔고 올해도 최하위권(7위)에 머물고 있다. 팀 내 유망주인 정찬헌(19)과 박병호(23), 이형종(20) 등의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오히려 KIA로 트레이드시킨 이용규와 김상현은 기둥 타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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