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8강전
제1보 (1~20) =고바야시 사토루9단은 지난번 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 이창호9단에게 3대0으로 무너졌다.
그때 고바야시는 패배의 아픔을 토로하는 대신 李9단에게 술잔을 권하며 "조치훈9단과 8시간 바둑을 둔다면 응하겠느냐" 고 묻고 있었다.
담백한 성품의 고바야시는 자기를 꺾은 조치훈과 이창호를 자기보다 상수로 인정하는 듯 했다.
10월 8일 전북 전주시 코아호텔 특설대국장.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고바야시는 강한 기사지만 자연의 법칙에 따른다면 마음 속으로 이미 꼬리를 내린 상태이기에 이창호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이창호가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그의 고향. 李9단은 이곳 전주에서 승률이 30%를 밑돈다.
그리고 TV중계. 李9단은 요란스러운 조명과 장치 속에서 몸둘 바를 모르는 경향이 있다.
이 두 가지가 변수일 수도 있다.
돌을 쥐어 李9단의 흑. 1, 3에 이어 5로 걸쳤을 때 고바야시는 6으로 마주 걸쳐왔다.
이 수에 '참고도1' 처럼 받으면 흑6까지. 한국에서 숱하게 연구된 포진임을 잘 아는지라 고바야시는 방향을 튼 것이다.
흑9는 기세며 16때가 기로다.
TV해설을 맡은 조훈현9단은 17이 너무 온건하다며 '참고도2' 처럼 둘 것을 주장한다.
실전이 타협이라면 참고도2는 전쟁이니 기풍의 차이일까.
박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