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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샘]일본영화 '수입개방 1호작'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일본 대중문화의 단계적 개방 발표이후 '수입 과당경쟁'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 우려를 씻어주는 좋은 사례 하나. 그동안 업계에서는 '개방 1호 영화' 를 둘러싸고 신경전이 뜨거웠다.

'최초' 라는 타이틀이 주는 이점이 마케팅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기 때문. 그러나 문화부나 공연예술진흥협의회 (공진협) 는 내심 순수 일본영화보다는 합작영화 같은 '반 (半) 일본영화' 가 첫 작품이 됐으면 하는 입장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사무라이나 야쿠자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면 국민 정서상 심리적 반발이 있지 않겠느냐' 는 것. 우여곡절 끝에 '개방 1호' 는 '가게무샤' 나 '하나비' 가 아닌 한국 감독이 연출한 '사랑의 묵시록' (김수용) 과 '가족시네마' (박철수) 중 하나일 공산이 커졌다.

'하나비' 를 수입한 한아미디어 유진희 사장은 "순수일본영화가 양보하는 것이 예의" 라며 개봉 일정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 '가게무샤' 의 판권을 가진 20세기폭스사도 비슷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사실 지난 21일 '가게무샤' 가 수입신청에 들어가고 이에 질세라 이튿날 '하나비' 가 수입신청, 같은 날 '가족시네마' 가 11월28일 개봉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벌써 이러냐' 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수입사들이 한발 물러남으로써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 것. '하나비' 는 12월12일, '가게무샤' 는 그 이후가 될 것 같다.

지난 27일 수입심의를 통과한 '사랑의 묵시록' 의 국내 배급권을 가진 허리우드 극장측은 11월말에서 12월초 개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족시네마' 는 1백% 일본어 대사.일본배우로 개방 발표 전에는 국내 개봉이 불가능했다.

'사랑의 묵시록' 은 목포에서 고아원을 운영했던 고 윤방자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 아무튼 이번 사례를 모범삼아 업계와 당국이 합리적으로 대응해 간다면 '개방 부작용' 에 대한 우려도 서서히 수그러들지 않을까.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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