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의 단계적 개방 발표이후 '수입 과당경쟁'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 우려를 씻어주는 좋은 사례 하나. 그동안 업계에서는 '개방 1호 영화' 를 둘러싸고 신경전이 뜨거웠다.
'최초' 라는 타이틀이 주는 이점이 마케팅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기 때문. 그러나 문화부나 공연예술진흥협의회 (공진협) 는 내심 순수 일본영화보다는 합작영화 같은 '반 (半) 일본영화' 가 첫 작품이 됐으면 하는 입장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사무라이나 야쿠자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면 국민 정서상 심리적 반발이 있지 않겠느냐' 는 것. 우여곡절 끝에 '개방 1호' 는 '가게무샤' 나 '하나비' 가 아닌 한국 감독이 연출한 '사랑의 묵시록' (김수용) 과 '가족시네마' (박철수) 중 하나일 공산이 커졌다.
'하나비' 를 수입한 한아미디어 유진희 사장은 "순수일본영화가 양보하는 것이 예의" 라며 개봉 일정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 '가게무샤' 의 판권을 가진 20세기폭스사도 비슷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사실 지난 21일 '가게무샤' 가 수입신청에 들어가고 이에 질세라 이튿날 '하나비' 가 수입신청, 같은 날 '가족시네마' 가 11월28일 개봉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벌써 이러냐' 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수입사들이 한발 물러남으로써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 것. '하나비' 는 12월12일, '가게무샤' 는 그 이후가 될 것 같다.
지난 27일 수입심의를 통과한 '사랑의 묵시록' 의 국내 배급권을 가진 허리우드 극장측은 11월말에서 12월초 개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족시네마' 는 1백% 일본어 대사.일본배우로 개방 발표 전에는 국내 개봉이 불가능했다.
'사랑의 묵시록' 은 목포에서 고아원을 운영했던 고 윤방자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 아무튼 이번 사례를 모범삼아 업계와 당국이 합리적으로 대응해 간다면 '개방 부작용' 에 대한 우려도 서서히 수그러들지 않을까.
이영기 기자